"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결과적으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갈 수 없어요."
2020년 11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시점이었다. 반대를 표출했던 국토교통부가 재검토에 들어가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당시 고위공직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이 내놨던 말이다.
결과는 그의 예상과 달랐고, 지역사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지난해 2월 특별법 통과 이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담긴 건설 추진 계획 국무회의 의결까지 속도전으로 치러졌고, 정부는 지난 8월 공사 기간 단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이 역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의 시기에 진입하고 있으나 적잖은 변수들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 속에 한 국회의원의 빗나간 자신감이 떠오른 것은 기우일까.
현재 관가 안팎에서는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추진 핵심인 TK 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당시와 비교하면 정치권·부처의 관심과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정이 TK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하나 특별법 핵심인 국비 지원 조항에 대해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법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거야(巨野)를 상대하지 않고는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고,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연내 통과를 함께 추진키로 한 것도 과제로 부상했다. 최근 부산·울산·경남(PK)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TK 신공항에 밀려 개항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견제를 표출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던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그때는 있지만 지금은 없는 상징적인 장면들도 적잖은 불안감을 더한다. 첫 장면은 '국무총리' 중심의 정부 압박전이다. PK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부처 압박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낙연,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대면하며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이슈화했다.
두 번째는 '야당 대표'의 현장 지지 장면이다. 가덕도 신공항에 부정적이던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2월 부산에 직접 내려가 '전폭 지지'를 선언했다. 당 차원에서의 찬성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대통령'의 의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 관계 장관들과 함께 지난해 2월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고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며 신속한 추진을 직접 지시했다.
하지만 이 모두 TK 신공항 특별법 추진 과정에선 단 한 번도 없는 장면들이다. 왜 그때는 있는데 지금은 없을까.
특별법 통과와 정부의 사업 추진에 결정적이었던 이 장면들을 만든 일등 공신은 PK 여야 의원들이었다. PK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점을 앞세우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고 정치력을 전면에 드러냈다.
TK 신공항 특별법 연내 통과가 지역 최대 현안임에도 전원이 여당 소속인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숙지지 않는 이유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지난 17일 TK 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이 정치 역량을 발휘해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여야 간 (입장 차) 문제도 구체적인 문제는 우리 지역 정치권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에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고 정치력은 더 절실해졌다. TK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정당 '최대 주주'에 걸맞은 정치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다. 12월 9일, 데드라인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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