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영 동거녀 살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 되나…수색 15일째 오리무중

주거지 남겨진 물건 재조사해 숨진 동거녀 혈흔 DNA 입증할 방침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32·구속)의 동거녀 시신 수색 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15일째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이씨가 매장했다고 진술한 공릉천 일대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부터 전 동거녀를 살해했다는 이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유기 장소로 지목된 공릉천 일대를 중장비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씨가 검찰 송치 전날인 지난 3일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후 매장 지점으로 지목한 공릉천 일대 땅에서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애초 이씨는 경찰 조사 초반에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가 하천에서 3km쯤 떨어진 강가에 묻었다고 말을 바꿨는데, 바뀐 진술마저도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수갑을 찬 손으로 시신을 매장한 위치를 가리키고, 땅을 파는 수사 관계자들에게 "삽 좀 줘봐라, 삽을 반대로 뒤집어서 흙을 파내야 한다"며 훈수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공릉천변 인근 폐쇄회로(CC)TV를 집중 조사해 이기영의 진술 진위를 밝힐 수도 있지만, 저장 시한인 1달이 지난 상태여서 포렌식 복원으로도 실익이 없다고 경찰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거짓 진술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기영의 진술에도 다른 조사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이 있어 수색을 진행 중"이라며 "기동대와 수중수색, 드론 등을 동원해 한강하구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영이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한 시점은 8월 초인데, 같은 달 중순부터 공릉천 일대에 2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탓에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평소 1m 정도였던 하천 수위가 4~5m까지 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당국은 이기영의 주거지에 남겨진 물건들을 다시 조사해, 발견된 혈흔과의 대조군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경찰은 이기영의 주거지 곳곳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안방에서 다수 발견된 혈흔의 DNA는 숨진 동거녀의 것으로 판단됐다.

동거녀의 시신을 찾지 못해 확실한 DNA 대조군이 없지만, 이씨의 자백, 집 안 생활 흔적 등에서 나온 DNA와 혈흔 DNA가 일치한 데 따른 추정일 뿐이었다.

숨진 동거녀 명의로 된 주거지에서 나온 물건과 기존 혈흔을 대조해 동거녀의 DNA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기영의 범행 고의성·계획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도살인에서는 살인이 금품을 노리고 이뤄졌다는 '고의성' 입증이 유·무죄를 가르는 관건이 되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대검찰청 심리분석 요원을 투입해 이기영의 행동을 분석할 것"이라며 "(동거녀)시신 수색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해 이번 달 20일쯤 기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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