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한국산 김치'에 저렴한 수입 고춧가루를 쓰게 해 달라는 김치업계 요구에 고춧가루 농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대한민국김치협회 요청에 따라 수출용 김치에 대한 '국가명 지리적표시제'(NGI) 실시 방안을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리적표시제는 '의성 마늘', '청송 사과' 등 품목명에 생산지를 병기해 상품성과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는 일종의 브랜딩 제도다. 국내산 원료, 우리 방식으로 만든 것에만 '대한민국(한국) 김치'(Korean Kimchi) 표기를 해 외국산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논란은 지난해 일부 김치 생산업체가 정부에 "고춧가루는 김치 주 원료가 아니다. 수출용 김치에 외국산 고춧가루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김치업계는 국산 고춧가루가 비싸고 고추 작황에 따라 공급 차질도 잦다는 이유를 든다.
이상집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김치에서 5% 안팎에 그치는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쓰면 김치 재료값의 20%나 차지한다. 반면 중국산 냉동고추 고춧가루는 균등한 맵기·색상, 수출식품 미생물 기준, 국산의 3분의 1 수준 가격 등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리적 표시제 기준인 김치 '주 원료'에 고춧가루가 해당하는지도 논란을 키운다.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리적 표시는 '대상 지역산 농산물 또는 이를 주 원료로 해당 지역에서 가공한 품목'에만 붙일 수 있다.
김치산업진흥법상 김치 주 원료는 '최종 생산품 내 비율 순서로 3개 이내의 원료'를 이른다. 김치 종류에 따라서는 배추류와 무, 양파, 부추, 파 등 1·2순위 원료에 이어 소금과 고춧가루가 3순위를 놓고 다툰다.
김치업계 일각에선 "수출용 김치의 고춧가루 비중을 4순위로 낮추면 수입산을 써도 되느냐"는 주장도 낸다.
고추 농가 단체인 한국고추산업연합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입 고춧가루 사용을 허용하는 형태로 제도를 정하고 나면 국산 고춧가루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추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빨간 고춧가루는 김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주 원료다. 수입산으로 양념한 김치에 '대한민국' 표기는 말도 안 된다"며 "저장 기간이 긴 고추는 생산량만 늘리면 가격, 공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농가가 함께 개선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조만간 30만 고추농가와 85개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의 반대서명을 받아 정부·국회·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3월부터는 항의 집회도 열 예정이다.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 심의를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리적표시 분과위원들 의견도 두 업계처럼 엇갈리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차 회의에 이어 지난달 제조업체 현장실사를 거쳤다. 오는 3월 전후 2차 회의를 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와 심의위원들도 농민과 우리 농산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수출용 김치의 가격 경쟁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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