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오니 아버지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2016년 연말에 제 곁을 떠나가셨으니 6년이 조금 넘었네요.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셨던 칠곡 집을 적어도 2주에 한 번 씩은 가곤 합니다. 예전에는 왠지 모를 의무감으로 찾아뵈었는데 지금은 그 곳에 있노라면 왠지 마음도 편해지고 잠도 편하게 자고 옵니다.
저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으로 계셔서 언제까지고 제 곁에 머물러 계실 줄 알았더니 지금 아버지는 안 계시고 저 혼자 덩그러니 그 집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저를 키워주신 건 아버지였습니다. 제게 아버진 '가족에게는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어머니가 안 계시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큰데다 어릴 때 열심히 들로 산으로 놀러만 다녀서 혹시 이상한 길로 갈까봐 걱정하셨기 때문 아닐까 미루어 생각해 봅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항상 강한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드셨을 때도 사업을 일구시면서 목소리도 우렁찼고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으시다가도 다음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출근해 일하시던 아버지셨기에 늘 제 곁에 있어주실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는 엄한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아버지의 엄격함 때문에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결국 저를 사랑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저도 자식 낳고 아비가 돼 보니 가끔씩 제게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암 진단을 받으시고 약해진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치료받으러 가시는 길에 탄 택시에서 기사님을 붙들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 저는 아버지께 짜증을 냈었지요. 워낙 건강하시던 아버지의 암투병도 마음이 아픈데 힘겨워하며 약해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로써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더 좋은 말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드렸어야 했는데, 진심이 아니었다고, 바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지금도 후회스럽습니다. 되돌아보면 그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아버지를 더 살갑게 대해드렸다면 좋은 추억 남기고 이런 후회는 안 했을텐데 말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이래저래 뜻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도 아버지는 제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기준이 되곤 합니다. 아버지가 일궈놓으신 사업, 제가 더 잘 키워보려 하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회사에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면 책상 맞은편에 붙여놓은 아버지의 사진을 봅니다. 보면서 '아버지라면 어떻게 결정하셨을까'라며 아버지가 걸어오셨던 길을 더듬어보다 보면 판단이 쉬워지기도 합니다.
칠곡 아버지 집에 가면 마당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당신의 살아온 세월을 반추해보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아버지 손자, 손녀도 할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합니다. 항상 칠곡 집에 가면 항상 배부르게 먹고 왔다고 기억하더라고요.
아버지, 투병하실 때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제가 보여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다 나아가시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된다'고 적었던, 그리고 그 밑에 적었던 그 말, '사랑합니다'. 그 마음,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아버지,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꿈이자 목표셨던 '세계 최고의 목도리공장'도 제가 이루겠습니다.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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