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마약사범 독직폭행 혐의 대구 경찰관 5명 '무죄'

대구지법 형사 11부 “국민 생명 지키는 경찰관 처벌 신중해야”
당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현행범 체포요건 갖춰졌고
마약사범 특성상 돌발상황, 공격적 행동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적법절차 없이 폭력을 행사해가며 마약사범을 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경찰공무원 처벌에는 신중해야 하고, 가해진 폭력 역시 용의자들의 혐의점이나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상오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태국인 마약사범 검거 과정에서 불필요한 폭행 등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강북경찰서 경찰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경찰관 5명은 지난해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호텔에서 마약 소지 및 불법 체류 혐의로 태국인 B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나,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체포, 독직폭행 등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게 체포영장이 없었을뿐더러 긴급 체포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사건 이틀 전 경찰이 신청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이 증거불충분으로 한 차례 기각된데다, 현행범 체포 요건 역시 체포 이후 경찰이 사후적으로 확보했다는 취지였다. 또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체포 과정에서 용의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폭력이 가해졌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법원은 당시 경찰의 체포가 적법했고 가해진 폭력의 정도 역시 사회적 통념상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모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 용의자에게 경찰 신분을 밝히자 도주를 시도했고, 방안의 공범들은 마약류를 버리려고 시도하는 등 빠르게 제압할 필요성이 컸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한 마약사범의 상해 역시 치료기록이 없는 등 정도가 미미하고, 이마저 체포 과정에서 입은 상해인지조차 불명확하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상오 부장판사는 "체포 당시 마약사범이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위를 제압할 필요가 있었고, 다소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 것 처럼 보이더라도 이것은 사후에 할 수 있는 평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히려 마약사범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불법체류자의 소재를 알고도 이를 방치해 범죄자가 도주하거나 추가범행을 저지르는 걸 사실상 묵과하는 행위는 오히려 경찰관으로서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보인다. 경찰공무원은 일반 국민들을 위해 범죄 현장 일선에서 생명과 신체 위험을 감수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경찰 공무원 행위 처벌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수의 경찰관들이 이날 법정에 자리한 가운데, 무죄를 판시하는 주문에 일제히 박수를 쳐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마약사범이나 불법체류 외국인 수사에서도 헌법과 법령에 따른 적법 절차, 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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