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쿠팡이 이마트, 롯데와 함께 매출 기준 유통 상위 3개 기업에 들며 '이·롯·쿠(이마트·롯데·쿠팡)'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어느 한 곳 뚜렷이 앞서지 못하는 상황이라, 결국 ▶자동화 기술 기반 풀필먼트 투자 ▶고객 멤버십 강화 등 사업 성과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일 쿠팡은 지난해 26조5천9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적자는 1천44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2%나 줄었다.
'만년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던 쿠팡이다. 이제는 '흑자기업'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1천133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하반기 연속 흑자를 달성, 흑자 가능성을 높였다.
쿠팡의 이같은 성장세에 이마트, 롯데를 포함한 3사 간 경쟁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매출 기준 상위 3개사'의 합산 전체 시장점유율 비중을 보면 1위 이마트(5.1%)에 이어 쿠팡(4.4%), 롯데(2.5%) 순이었다. 3사 합산 시장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어느 기업도 우세에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앞으로 유통시장은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2년 국내 유통시장은 약 602조원으로 분석됐다. 유로모니터는 유통업계가 연 4% 성장해, 오는 2026년엔 약 7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700조원 규모 시장을 앞두고 이마트, 롯데, 쿠팡은 출발대에 놓인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다. 현 상황과 관련해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유통 구조 형성 속에서 그 누구도 현재 강자가 없는 치열한 경쟁"이라고 평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도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출발대에 섰다"며 "국내 유통환경 특성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파워가 견고한데다 이마트, 롯데 등이 대대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이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3사 경쟁 핵심축으로는 ▶자동화 기술 기반 풀필먼트 투자 ▶고객 멤버십 강화가 꼽힌다.

먼저 쿠팡은 전국 '쿠세권'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천여대 이상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쿠팡 관계자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는 대구와 남부권을 아우르는 첨단 물류 핵심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혁신 DNA'를 전파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2020~2021년간 자동화 물류에 1조2천500억원을 투자했다. 오는 2024년까지 광주광역시, 대전 등 지역에도 추가 물류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이마트도 전국 160여개 점포를 자동화 풀필먼트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마트는 오는 2025년까지 대형 PP(Picking·Packing) 센터를 70개 이상 만들 예정이다. 자동화 물류 시설을 각 거점 점포에 도입해 배송 효율성을 높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새벽배송 시장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오는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자동화 물류 로봇을 도입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부가혜택으로 고객을 서비스에 락인(lock-in)하는 유료 멤버십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는 월 4천990원에 무제한 로켓배송·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와 쿠팡플레이 OTT 등 10가지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이 우세한다는 평이다. 회원수가 지난해 말 기준 1천100만명에 달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올해 이마트 역시 멤버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신세계는 자사 계열사 6곳(스타벅스·면세점·지마켓 등)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7월 출시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SSG닷컴과 지마켓 등 2개사를 통합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현재 300만여명 가입)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해 6개사가 참여해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다는 것이다.
롯데도 '엘포인트 멤버스'와 롯데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리워즈' 적립 및 사용 혜택을 강화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의 MZ세대 전용 유료 멤버십 '와이클럽' 등을 통해 멤버십 서비스를 늘려가는 추세다.

변수도 존재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될 경우, 점포에서 온라인 새벽배송이 본격화될 수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휴무일을 평일로 대체하는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경우, 전국 점포의 50%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 매출액 2천억원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의 공세에도 쿠팡의 성장세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쿠팡의 실적 성장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