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찾은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1년 전 화마가 삼킨 산은 벌거숭이로 변한 채 당시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붉은 황토 빛으로 뒤덮여 온통 푸르름을 발산하던 그때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1년 전인 2022년 3월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강한 바람에 옮겨 붙으며 213시간 동안 울진 산림 1만4천140ha(축구장 1만9천800개)를 태웠다. 진화까지 역대 최장 시간으로 기록된 울진 산불은 그 외에도 주택 330곳, 농업시설 203곳, 공공시설 57곳 등을 삼켰다. 집계된 재산피해만 1천356억 원에 달했다.
거대한 숯덩이로 변한 울진의 아픔은 1년이 지났지만 계속되고 있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면 신화2리 주민들은 마을회관 인근에 마련된 임시 조립식 주택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울진 전체 이재민 181가구 중 3일 현재 17가구 만 새로 집을 지어 복귀했다. 나머지 가구는 임시 주택에서 힘겹고 불편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복자 씨는 "당시 불길이 집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식을 키우고, 고된 삶의 유일한 안식처를 잃어버린 채 낯선 곳에서 손에 익지 않은 가재도구로 밥을 지어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다. 지난겨울은 유독 힘들었다"고 말했다.
화마와의 싸움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불에 탄 주택과 시설물은 대부분 철거했지만 울진군은 이재민들을 위해 올해 4월 말까지인 임시 조립주택 1차 사용기간을 1년 연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잇던 울진 송이는 수확량이 급감해 지난해 겨우 3톤(t)만 채취했다. 2021년의 12t에 비해 75%나 감소했다.
송이재배 농민은 "송이로 온 가족이 먹고살아왔는데 송이산이 불타 버려 수입이 끊겨 버려 앞날이 막막하다"며 "정부에서 대체 작물을 심도록 하는데 얼마나 소득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고 불안해했다.
울진군 등은 응급복구와 항구복구로 나눠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는 벌채 작업은 대상면적 750㏊의 절반이 조금 넘는 432㏊가 현재 정비됐다.
항구복구 사업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군과 산림당국은 국유림 4천309㏊, 사유림 8천392㏊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또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사방사업(사방댐, 계류보전, 산지사방), 산불예방을 위한 산불예방임도와 헬기 담수용 물가두기 댐 등도 조성키로 했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이어 산림복구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연차적, 분야별로 추진하고 복구에 필요한 예산은 산림청, 경북도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산불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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