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VB → CS → 미국 금융… 대서양 오가는 ‘공포’ 세계 경제 위협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며 미국에서 시작된 공포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확산하다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는 등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위기의 진앙이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전장 대비 30.8%까지 빠졌다가 스위스 당국의 유동성 지원방침 발표 이후 24.2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1년 2월 대비 주가가 85% 이상 빠졌다.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이 아직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덩달아 유럽 다른 국가들의 은행주도 폭락했다. CS가 붕괴하면 연쇄 도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가 각각 12.18%와 6.63% 폭락한 가운데 독일의 도이치뱅크도 9.25%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S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은행 위기가 대서양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스위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CS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은 숙지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립은행과 금융감독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 필요하다면 CS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SVB 파산 이후 점증한 시스템 리스크가 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167년 역사의 CS는 자산 규모가 약 5천억 달러(약 656조원), 전 세계 직원 수가 5만 명에 이르는 이른바 '세계 9대 IB'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CS가 무너지면 그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에서 영업해온 SVB 등 중소은행의 파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CS가 무너진다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의 공포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전날 안정세로 돌아섰던 미국 지역 은행주들은 다시 폭락했다. '제2의 SVB' 우려가 불거졌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21.4% 급락한 가운데 팩웨스트 뱅코프는 12.9% 내렸다. JP모건체이스는 4.72% 주저앉았고, 씨티그룹도 5.44% 하락했다. 미 재무부도 미국 은행들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와 관련된 자금 규모 검토를 주문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경제 위기 시 은행이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앞으로 은행이 경기가 호황일 때 미리 자본을 쌓아두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갑작스런 고객 자금 유출로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자본을 먼저 쌓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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