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먹으려고 집에서 일찍 나왔어요"
3일 오전 8시 영남대학교. 첫 수업이 시작하는 9시까지는 약 1시간이 남았지만 학생회관 식당과 자연계 식당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러 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처음엔 띄엄띄엄 식당으로 오던 학생들은 금세 불어났고 8시 20분이 되자 준비된 200인분 양의 절반 이상이 소진됐다. 학생들이 식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의 줄은 식당 입구까지 약 30m에 이르는 등 '가성비 아침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학생회관 식당의 메뉴는 소고기와 콩나물 등이 들어간 장터국밥과 밥 한 공기였다. 자율 배식대에서는 김치도 덜어 먹을 수 있었다. 이날 배식받은 음식을 흡족한 표정으로 들고 가던 정찬우(25)씨는 "자취를 하다보니 생활비가 쪼달려 아침을 챙겨먹는 건 사치였다"며 "그동안 배고픔을 참고 점심을 일부러 많이 먹거나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아침마다 훌륭한 한 끼 식사를 먹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빵 등 간단한 간식으로 아침을 때웠던 학생들도 '천원의 아침밥'을 반겼다. 이날 ROTC 단복을 입고 아침밥을 먹으러 온 군사학과 정두호(22)씨는 "ROTC 학생들은 매주 오전 7시에 모여 체력단련을 마치고 9시에 수업에 들어가는데 늘 그사이에 배가 고파 편의점 등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해왔다"며 "그때마다 하루에 2끼 이상을 밖에서 해결하다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컸었는데 이제부터는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 한시름 덜었다"고 했다.
같은 시간 학생회관 식당과 약 650m 정도 떨어져 있는 자연계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자연계 식당의 메뉴는 계란볶음밥과 후랑크소세지, 500ml 우유(초코맛, 딸기맛 중 택1)였다. 이곳에서는 8시 40분쯤 미리 준비해놨던 약 120인분의 계란볶음밥이 동나자 차선책으로 고추참치덮밥이 나오기도 했다.
식당 측 관계자는 "오늘이 천원의 아침밥 첫날이라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해 차선책 등을 미리 준비해놨다"며 "아침 일찍 나오는 것이 조금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밝혔다.
학교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칠곡에서 첫 차를 타고 학교에 왔다는 전기공학과 이승준(24)씨는 "사실상 딸기 우유 하나에 천원이 넘을 텐데 이 가격에 이런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통학거리가 멀어 집에서 아침을 거르고 나올 때가 대부분인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진행돼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한 영남대는 올해도 8천400식을 지원받아 하루 약 400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아침밥 단가는 3천원으로 정부가 천원, 학교가 천원, 학생이 천원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정식 사업으로 채택받아 진행돼오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시행됐지만 최근 고물가로 대학생들이 한끼 해결을 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자 덩달아 인기가 오른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젊은 세대 호응에 힘입어 최근 정부는 천원의 아침밥 지원 사업 예산을 7억7천800만원에서 15억8천800만원으로 확대 편성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경북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교대, 대구대, 영남대, 포항공대 등 6곳이 올해 지원 대상으로 처음 선정됐고 예산 증액에 따라 지원 대상이 늘 가능성도 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 41개 학교가 선정이 돼 학교 상황에 맞게 끔 예산 배분을 했고 이번에 증액된 예산을 어떻게 쓸 지는 아직 내부 논의를 거치는 중"이라며 "추가적으로 지원을 받는 학교 수를 늘리고 기존에 지원 받던 학교들에게도 추가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 뿐 아니라 선별적 복지 방법도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는 부모 소득에 따라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에 차이를 두고 있다"며 "'천원의 아침밥'과 같이 모든 대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업도 좋지만 가정환경 등에 따라 힘겹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고민을 함께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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