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나야 대령 기념비 방면 진입로 지주가 통행을 막는 울타리를 치면서 수성구청과 보훈단체가 난감해하고 있다. 이곳 부지는 이르면 올 하반기쯤 도로로 수용될 예정인 가운데 오는 6월 현충일을 비롯한 현충행사가 무리 없이 치러질 수 있을 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나야 대령 기념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도 대표로 참전해 전사한 故 나야 대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만들어졌고, 2003년 국가보훈처가 현충시설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10일 오전 찾은 나야 대령 기념비 방면 진입로는 연두색 철제 울타리로 막혀 있었다. 바위와 관목이 있는 울타리 측면에는 뾰족한 가시철망이 두세겹으로 쳐져 사람들의 진입을 막았다. 울타리 가운데에는 '본 토지는 사유지이므로 통행을 금합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기념비로 통하는 등산로 초입부 토지 소유주 A씨는 지난해 상반기 이곳 95㎡ 면적의 1개 필지를 경매로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공원부지 지정을 피해 건축물을 지으려 했으나, 수성구청은 올해 1월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결정 고시하고 보상비를 확보해 수용하기로 했다. 이곳이 과거부터 도로로 쓰여 주민들의 통행이 잦고 현충행사 개최나 산불 등 긴급상황 시 활용도가 높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A씨는 수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결이 어려웠고, 감정평가로 정해질 보상가격 역시 A씨가 토지를 매입한 가격에는 못 미칠 상황이다. 속이 상한 A씨는 결국 지난달 울타리를 설치해 진입로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70미터면 기념비까지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며 인근 주민들이나 기념비 참배객들은 200여 미터 남짓 거리의 다른 길로 돌아서 통행하는 실정이다.
한달 가까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사유지라지만 현충시설 진입로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7일에는 6·25 참전유공자회 등 지역 10개 보훈단체 임원단이 현장을 방문해 울타리 철거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A씨 측은 10일 오후 울타리 한켠에 출입문을 내고 문을 열어두는 조치를 했다. 다만 출입문을 상시 개방하겠다는 의사표시는 없었고 자물쇠만 채우면 언제든 다시 길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A씨와 협의해 통행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하고, 보상 절차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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