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아오르는 제3지대론…관건은 인물과 지역기반

18일 국회에서
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전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연합뉴스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제3지대론'이 거듭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세력화 성공의 관건은 거물 정치인과 지역 기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1년 앞두고 제3지대 논의 활발

최근 제3지대 신당 창당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금태섭 전 의원은 2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9월 추석 전에 제3지대 깃발을 들어 올리겠다"며 본격적인 세력화에 착수했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토론회를 열고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하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자진 탈당하고 검찰수사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며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 이걸 보고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라고 썼다.

여야가 각각 지도부의 잇단 설화 논란과 전·현직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며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자,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제3지대의 세력화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0일 전국 성인 1천3명에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 없음' 또는 '모름·응답 거절'을 택한 무당층은 31%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32%)·더불어민주당(32%)과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 등장의 명분은 충분히 마련됐다. 거대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제3지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거물 정치인과 지역 기반이 성공 관건

한국 정당사에서 제3지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6년 국민의당과 1996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꼽힌다.

국민의당은 2016년 1월 안철수계와 호남계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탈당해 창당했다. 이어 그해 4월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 원내 3당을 꿰찼다. 지역구는 호남 전체 28석 중 23석과 수도권 2석 등 25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선거에선 민주당(25.54%)보다 높은 26.74%를 기록, 13석을 획득했다.

이보다 20년 앞선 1996년 15대 총선 땐 자민련이 제3지대로 부상했다. 김종필 전 총재를 중심으로 창당된 자민련은 지역구에서 충청 전체 28석 중 24석과 대구경북(TK) 10석, 경기 5석, 강원 2석 등 41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격인 전국구에서도 9석을 차지해 총 50석으로 원내 3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의당과 자민련은 각각 안철수와 김종필, 호남과 충청·대구라는 거물 정치인과 지역 기반이 제3지대 성공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제3지대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양대 축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유권자가 곧장 제3지대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하고, 지역적 대표성도 가져야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운 제3지대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론도 상당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주요한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기본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역경을 헤쳐 온 '고난의 서사'(Ordeal Narrative)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라며 "금 전 의원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훌륭할지 모르나, 이 두 가지 점에서 아주 약하다. 그의 정치적 도전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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