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지은 '의성컬링센터 신관'이 투입한 예산에 비해 시설규모와 수준이 낮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공모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같은 시기 동일한 기금으로 지은 경기도 의정부시 컬링경기장에 비해 공사비가 단위 면적당 2배 가까이 더 많아 공사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2일 의성군과 의정부시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실내빙상장 건립 지원공모사업'(컬링분야)에 선정돼 각각 50억원의 국비를 교부받았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빙상종목의 저변확대를 위해 실시한 공모사업이었다.
하지만 두 지자체의 결과물은 사업 규모, 내용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의정부시는 국비에 시·도비를 더해 총사업비 99억8천만원으로 국제경기규격(49.5m×4.75m) 시트 6개를 갖춘 컬링 전용 경기장을 2018년 준공했다. 지상 2층 2천696㎡ 규모로 243석의 관람석과 부대시설, 주차면 146면 등을 갖췄다.
의성군은 국비에 군비를 더해 총 60억원으로 기존 의성컬링센터 옆에 지상 2층 1천737㎡ 규모로 44.5m×5m 규격의 시트 2개와 부대시설을 갖춘 신관을 2020년 준공했다. 공식 경기를 하려면 시트가 최소 4개는 돼야 하는데 의성은 2개만 갖춰 공식 경기가 불가능하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예산으로 시트 4개 이상은 충분히 지을 수 있다며 김주수 의성군수에게 제안했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위 면적당 공사비도 의성은 의정부에 비해 과다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시트별로만 공사비를 단순 비교하면 의정부시는 16억6천여만원인데 반해 의성군은 3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많다.
그렇다고 의성컬링센터가 의정부보다 시설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의성컬링센터 신관은 준공 이후 누수가 발생하는 등 공사 부실로 인한 하자보수도 수차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빙질(아이스 상태)이 수준 높은 컬링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아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이곳에서 연습하기를 기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람석도 옆면에 있어 가운데에 앉으면 하우스(플레이 중 돌이 놓여지는 둥근 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신관은 컬링 체험학습 또는 초·중·고 학생 등을 위한 대관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링 선수 A씨는 "의성컬링센터 신관은 빙질이 떨어져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적합한 훈련환경이 안 된다"며 "한 마디로 컬링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냥 보기 좋게 만들어놓은 건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한컬링연맹 관계자 B씨는 "의성 신관은 용도가 애매하고 건축도 비전문가한테 맡겨 수준이 떨어진다. 2006년 지은 기존 의성컬링센터보다 빙질 수준이 떨어지니 한심하지 않냐"며 "의성군수는 국민 혈세로 지은 이 시설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설인지 답해야 한다. 감사원에서 공사 전반에 대한 감사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성군 관계자는 "예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당시 담당자는 퇴직을 했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반론보도]<의성컬링센터 신관 '공사비 과다 책정' 감사 필요> 관련
본 신문은 2023년 5월 3일 자 사회면에 〈의성컬링센터 신관 '공사비 과다 책정' 감사 필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지은 의성컬링센터 신관 공사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고, 빙질이 나빠 활용도가 낮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의성군은 의정부 컬링장과 사업 환경이 서로 달라 연면적 대비 제곱미터 당 비용을 산출하면 의성군이 오히려 적게 사용했으며, 신관 건립은 공모사업의 당초 계획대로 전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컬링센터 빙질을 전문관리사들이 관리하고 있어서 각종 대회 유치나 선수 훈련, 일반인 컬링 체험에 문제가 없다고 반론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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