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방종현(시니어매일 취재부장) 씨의 친구 고 김정호 씨

"김 선생, 왜 그렇게 급히 떠났소? 후학에게 이상향은 알려주고 가야지요"

지난 2021년 11월 20일
지난 2021년 11월 20일 '제2회 시민에게 찾아가는 수필축제' 행사에 참석한 고 김정호(사진 왼쪽) 씨와 방종현(사진 오른쪽) 씨. 방종현 씨 제공.

수필가 서봉 김정호 선생 작년 이맘때 코로나19로 유명을 달리했다.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다.

김 선생과는 대구 문인협회 회원으로 '대구수필가협회' 회원으로, 그리고 '시니어매일' 신문 기자로 함께 활동해 왔다. 선생과 나는 수필가로 몸담고 있는 문학장르가 같아 문학판에서도 자주 만났다. 거기에 나이도 한 살 차이라 이물 없이 지냈다. 나중에 나를 따라 시니어매일 신문기자가 되어서 또 함께 교유하며 남달리 친밀하게 지내왔다.

그러던 김 선생이 작고하기 한 달 전에 내게 우리 예절원에 입학해서 예절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거기 졸업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교육 과정을 물으면서 입학 안내를 부탁해 왔다. 그래서 내가 공부한 예절 교육원에 연락해서 대신 입학 수속을 해드렸다.

입학식 날 아침, 김 선생의 전화가 왔다. "방 선생, 내가 코로나19 확진 판단을 받아서 오늘 입학식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래도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주위에 많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치료제가 개발 됐으니 처방 잘 받아 약 꾸준히 잘 먹고 치료 잘 받으라 했다. 쉬는 동안 좋은 작품 하나 건지시라고 농담도 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라고 당부도 잊지않았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3월 18일 아침에 느닷없이 단톡방에 김정호 선생 사망이란 비보가 떴다.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았다.

아니 이럴 수도 있다는 말인가? 생때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명을 달리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비통하기 짝이 없었다.

서봉 김정호 선생은 1947년으로 나보다 한해 뒤 경북 상주에서 출생했다. 선생은 1968년 대구 전신 전화국에 입사하고 KT에서 퇴직했다. 2020년 대구문화재단 인생 나눔 교실 멘토로 활동했다. 퇴직 후에도 kt 그룹 희망 나눔재단 스마트 강사를 기관단체 또는 학교에 특강도 많이 다녔다.

김 선생은 2006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 후 대구 수필가협회 문학상과 수필과 비평 문학상을 받았고 열정과 봉사 정신으로 영남 수필 문학회 회장과 수필 문예 회장을 역임했다. 또 대구 문인협회 이사와 대구 수필가협회 이사로 문단에 기여했다.

선생은 2003년 자서전 〈이룬 꿈 못다 이룬 꿈〉을 첫 출하고 2010년 수필집 〈목화꽃 향기 되어〉를 펴내고 2016 수필집 〈홀씨 하나 떨어져〉, 2021년 〈이상향은 어디에?〉를 출간했다. 그런데 2022년 수필집 〈봄. 어름. 가을. 겨울〉을 펴냈지만 미처 배포도 하지 못한 채 이승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김 선생, 왜 그렇게 급히 떠났소? '이상향' 책을 펴내고 후학에게 이상향을 알려주고 가야지요.

그리고 선생은 유독 막걸리를 좋아했지요. 맵싸한 풋고추를 썰어 넣은 부추부침개를 좋아했지요? 그때 함께했던 막걸리와 지짐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생은 유한합니다. 머지않아 나도 뒤 다를 테니까요. 우리 저승에서 만날 때 지짐 안주로 막걸리 한잔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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