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洪-李 회동 후폭풍에 입닫은 대구 정치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옹졸한 당 대표', '정치 잘 모르는 대통령실' 등의 비판을 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제1야당 대표 앞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을 싸잡아 깎아내린 데 대한 불만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지만, 정작 대구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14일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욕해도 우리가 한다. 이재명 대표를 앉혀놓고 김기현 대표에게 옹졸하다고 하는 건 할 얘기가 아니다"며 "저도 대통령실의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왜 1주년에 이 대표에게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강한 반발에 이어 최근 천 위원장, 하태경 의원 등 비주류도 홍 시장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대구 한 국회의원은 최근의 홍시장 행보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존재감 과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 시장이 취임후 해묵은 현안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또 신공항특별법, 대구도매시장이전 등 성과를 내면서 TK정치권에 성공리에 뿌리내리고 자신감을 찾은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홍 시장과 이 대표 간 회동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구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홍 시장과 각을 세우긴 부담스럽고, 반대로 김기현 체제 흔들기에 가담하면 친윤계가 주도할 내년 총선 공천이 위험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준표 시장과 척을 지면 반드시 보복을 당한다는 게 학습이 된 탓에 평소 친윤계를 자처하던 대구 정치권 누구도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기현 체제와 대통령실에 대한 홍 시장의 비판에 동의를 하더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대구 정치권은 김용판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 동료 의원인 홍 시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사실상 아무 견제 없이 당 '텃밭'인 TK에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중심으로 조만간 액션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아울러 대구 정치권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에 대한 엄호 사격이 전무한 데 대해서도 내년 총선 공천에 반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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