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등생 손자 태운 할머니 풀악셀? 급발진 책임 다툼 소송 첫 재판

원고 '차량 결함에 급발진' 주장… 사고기록장치 및 음향분석 신청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초등생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의 첫 재판이 23일 열린다. 할머니가 풀악셀을 밟았다는 주장과 차량 제조사의 결함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법정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는 이날 차량 운전자와 그 가족들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1월 원고 측은 "이번 사고는 자동차의 결함으로 발생한 급발진 사고"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자율주행 레벨2 차량인 해당 자동차가 컴퓨터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 가속 제압 장치(ASS)를 채택하지 않은 설계 결함,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결함, 충돌을 견디는 능력이 결여된 지붕(루프)을 장착한 설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급발진하는 중에도 운전자가 최소 2차례 충돌회피 운전을 한 것은 페달 오조작 같은 운전자 과실이 아니라 오히려 자동차를 통제하면서 운전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또 운전자의 12살 손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도 청구 내용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원고 측은 재판부에 사고기록장치(EDR) 감정을 신청했다.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시속 110㎞이었는데 분당 회전수(RPM)가 5천500까지 치솟았지만,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된다는 점을 통해 EDR 자체의 신뢰성 여부를 증명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급가속했을 때의 엔진소리와 이번 사고에서의 엔진 소리가 음향 특성이 다른 점 등을 밝히기 위해 음향분석 감정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고는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SUV 차량에 12살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타고 있었고 급발진 추정 사고로 초등학생인 아이는 숨졌다. 당시 할머니도 큰 부상을 당했지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상훈 씨는 지난달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5만여명의 동의함에 따라 곧 관련법 개정 논의 또한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차량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제조물 책임법 운용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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