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로 우회전 차량이 적색신호 시 일시 정지를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계도기간이 끝났다. 이제부터 범칙금과 벌점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운전자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23일 대구시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4월 대구시내 보행자 대상 우회전 사고(잠정)는 모두 24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우회전 사고가 250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 이후 사고 건수는 고작 2% 줄어든 수준에 그쳤다. 이 제도가 여전히 운전 문화에 정착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에 직진 차량의 신호가 빨간불일 때는 우회전 차량도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유무와 상관없이 일시정지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도입됐다.
해당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운전자는 일단 정지선 앞에서 멈춰야 한다. 전방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으면 우회전할 수 있지만, 보행자가 있으면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간 뒤에 진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호위반에 해당해 승용차 기준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 또는 과태료 7만원이 부과된다.
당초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사망·사고 사례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계도기간을 이달 21일까지로 연장했다. 일시정지 의무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려 4개월에 걸친 계도와 홍보가 이어졌지만, '우회전 일시정지'는 아직도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대구 남구 명덕네거리에서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임에도 교차로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우회전 차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우회전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며 서행했지만, 보행자가 지나가지 않는 이상 일시정지하는 차량은 없었다.
직장인 서 모(31) 씨는 "우회전 일시 정지 문제는 여전히 생소하고 어렵다. 계도기간도 계속 늘어나면서 꼭 지켜야 하는지 의문도 든다"며 "바쁜 출근길에 우회전 차선에 있는 차마다 전부 일시정지를 한다면 교통체증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책과 시민들의 공감대 사이의 괴리가 큰 가운데, 일선 경찰들도 과감한 법집행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구시경찰청 관계자는 "우회전 일시정지를 머리로 알고 있다 해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대부분 위반을 저지른다. 이 상황에서 단속을 하면 '왜 나만 잡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수밖에 없다"며 "과도기인 만큼, 단속보다는 각 경찰서별 홍보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회전 일시정지'가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우회전 전용신호등 ▷우회전 차량의 접근을 보행자에게 알리는 차량접근알림장치 ▷우회전 구간에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노란색 횡단보도 등 안전 시설물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주영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연구위원은 "우회전 일시정지는 보행자 안전에 큰 효과가 있지만, 잘 정착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운전 습관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여러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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