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K-트로트 '대구의 심장 울려라'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시 '향수'의 반복되는 후렴구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가족사적인 그리움이 결합돼 묘한 감정과 마주치게 한다. 이 시는 1989년에 김희갑이 곡을 붙이고 이동원과 박인수가 불러 명곡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이촌향도'로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렸을 것이다.

6·25전쟁이 만든 피난과 이산, 산업화가 만든 '이촌향도', 성공을 위한 서울 유학 등 근현대사의 시간들은 고향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갖게 했다. 향우회가 만들어지고, 취기가 오르면 고향 노래를 부르고,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고향 얘기는 멈추지 않는다.

또 어디서 살든 고향 연고지 야구팀을 응원하는데 대구 출신은 LG에 입사해도 삼성을 응원하고, 부산 출신은 신세계에 입사해도 롯데를 응원하며, 광주 출신은 두산에 입사해도 기아를 응원한다. 고향이란 기억의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잔상이라고 했던가! 기아의 응원가가 '남행열차'가 되고 롯데의 응원가가 '부산 갈매기'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역 노래는 애향심을 자극하고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응집성에 기여한다. 그래서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부산의 애국가라고 불리며 롯데팬뿐만 아니라 다른 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까지 부러움을 사게 만드는 응원가이다.

사실 제주 태생인 가수 문성재나 경기 화성 태생인 가수 조용필은 부산과는 연고가 없고 '부산 갈매기'나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구슬픈 음색이나 다소 슬픈 가사는 응원가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왜 이 노래들은 가장 유명한 응원가가 되었을까? 피난 수도였던 부산의 역사 때문일까? 아니면 부산항에 오고 간 수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가 만든 감성 때문일까? 분명한 것은 노래가 부산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구 연고인 삼성라이온즈는 많은 우승과 한국 프로야구의 최다 기록을 많이 보유한 야구 명가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구를 대표하는 응원가가 없다는 점이다. 대구는 조선 후기 물산의 집결지였고, 6·25전쟁 때에는 최후의 방어선이자 전후에는 삼백산업(설탕·밀가루·면방직)의 중심지였으며, 섬유산업은 대구를 대도시로 성장하게 하였다.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 대구의 역사를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강한 비트감과 세련된 리듬감이 가미된 세미 트로트풍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가 대구시가 제작하고 작곡가 김재곤과 가수 김나희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대구의 맛'이다.

화끈한 매운맛과 소박한 담백함이 매력인 대구 10미(味)를 알리고 지역의 외식업계 종사자를 위해 만든 '대구의 맛'은 작곡가 김재곤이 직접 대구에 와서 동인동 찜갈비를 먹고 난 후 만들었다. 또 노래가 히트하면 삼성라이온즈나 대구FC의 응원가로 쓰일 수 있도록 '비트'와 '후렴구', 그리고 '함성' 부분까지 고려하며 개사를 염두에 두고 만든 노래다. K-트로트 '대구의 맛'이 대구의 뜨거운 심장을 울리는 노래가 되어 빠른 시일 내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DGB파크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고향집으로 향하는 여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구의 맛'이 대구를 그리워하는 대구 출신들에게 고향의 감성을 느끼게 해 주고 대구 시민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노래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K-트로트 '대구의 맛'! 대구의 심장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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