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내년 총선이 두렵다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2022년 1월 이 난에 '3·9 대선이 두렵다'는 글을 썼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지고, 이준석 대표의 내부 총질을 지적하면서 정권 교체가 무망(無望)해진 상황을 다룬 내용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대선에서 윤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3·9 대선이 두렵다'는 칼럼 제목을 차용해 '내년 총선이 두렵다'는 글을 써야 할 상황이 됐다. 이달 초 실시한 '내일이 총선이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 결과 오차 범위 안이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후보 선택 응답은 하락했다. '정권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경기·인천 유권자를 상대로 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이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모두 앞섰다.

300일 가까이 남은 내년 총선 결과를 정확히 맞히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좌파는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모든 잘못을 퉁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통령이 되는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열한 심판"이라는 성명을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그 수하들의 비리와 잘못도 덮일 개연성이 농후하고, 단죄는 물 건너갈 게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에 나서 승리를 거둬 모든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받는 일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지면 대통령과 정부는 식물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좌초할 우려가 크다. 내년 총선이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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