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마침내 돌아온 완결판…‘인디아나존스: 운명의 다이얼’

중절모에 채찍을 든 남자. 지독히 뱀을 싫어하고, 나치를 혐오하며 고대 유물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던 이 사나이. 이제 81살의 할아버지가 됐다.

하긴 세월을 이길 수야 있을까. 그래도 해리슨 포드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40년 전 그 유쾌하면서 짜릿한 어드벤처를 관객에게 선사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감독 제임스 맨골드·이하 '인디아나 존스5')은 1981년 처음 등장 이후 42년간 관객과 세월을 함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성궤와 샹카라의 돌, 성배, 크리스탈 해골에 이어 5편에서는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한 안티키테라 장치를 손에 넣기 위한 모험이 줄거리다. 수많은 톱니바퀴와 원판으로 이뤄진 수수께끼의 장치이다.

영화는 2차 대전 말 전리품을 챙기던 나치 일당과 맞서는 인디로 시작된다. 이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해로 넘어가 살아남은 나치 물리학자 위르겐 폴러(매스 미켈슨)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첫 시작에서는 젊은 인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리슨 포드가 직접 연기한 후 젊은 시절 얼굴을 입히는 기술(페이스 디에이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154분 중 120분가량을 81세 해리슨 포드가 직접 연기한다.

이 노배우는 나이가 무색하게 온 몸을 던진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1편에서처럼 말로 질주하고, 모로코에서는 2편의 갱도 장면처럼 작은 삼륜차로 좁은 골목을 빠르게 질주하며 액션을 펼친다. 난파선을 찾아 수중에 들어가고, 시칠리아 상공에서는 항공 액션까지 펼친다. 말 그대로 육해공을 누비며 산전수전, 다 연기한다.

'인디아나 존스5'는 전편들에서 본 액션과 유머, 짜릿한 모험과 신비로움을 모두 담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1편에서 인디의 조력자 살라(존 라이스 데이비스)가 인디를 배에 잠입시키고 부르던 노래를 나이든 모습으로 다시 부른다거나, 2편에서 보여준 동굴 속 무수한 벌레, 뱀 공포증이 있는 인디를 수중에서 다시 괴롭히는 등 여러 장면들을 다시 해체하고, 조립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인디아나 존스5'는 이제까지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아닌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로건'(2017)을 통해 늙어 더 이상 슈퍼 히어로가 아닌 울버린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던 감독이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온 몸으로 고통 받던 그 최후와 달리 '인디아나 존스5'는 그 유쾌한 색감을 유지하면서 더욱 성숙된 이미지를 재기발랄하게 보여준다.

또 하나 전편들과 차이가 시리즈를 관통하면서 등장했던 파라마운트사 로고이다. 1편에서는 로고가 아마존의 뾰족한 산과 오버랩되면서 영화가 시작됐다. 이후 4편까지 이 전통은 계속됐으나 5편에서는 사라졌다. 제작사가 루카스 필름과 월트 디즈니 픽처스이기 때문이다. 영화사의 흥망성쇠 또한 애잔함을 준다.

'레이더스'(1981)나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1984) 때만 하더라도 컴퓨터그래픽(CG) 이전 아날로그 시대다. 그래서 미니어처나 그림과 합성 등의 고전적인 특수효과가 사용됐다. 1편에서는 코브라 앞에서 유리판을 대놓고 연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얼한 모험 액션이 실감났던 것은 그 모든 것이 실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부터는 CG가 도입되면서 그 맛이 떨어졌다. 5편 역시 그 사용빈도가 늘면서 아날로그 액션의 묘미가 반감된다. 도입부에서 젊은 인디가 기차 지붕 위를 건너뛸 때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 '레이더스 마치'(Raiders March)가 흐르는데, CG 티가 역력하다 보니 1편에서 느껴졌던 그 웅장하면서 가슴 뛰는 흥분이 충만되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이 전성기에 보여준 놀라운 연출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거기에 늙은 인디아나 존스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해리슨 포드가 달릴 때는 '쓰러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디아나 존스5'는 올드 팬들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비록 늙었지만 인디아나 존스에게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 이를 넘어서 여전히 열정을 뿜어내는 변함없는 모습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르는 불꽃처럼 애잔하면서 그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대단원은 또 하나의 사랑이 가는 듯, 아쉬움이 남는다. 굿바이! 인디. 154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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