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 조성된 '개구리소년 추모비' 일대가 정비되는 가운데 피해 부모들이 32년 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다시 한번 소망했다. 어느덧 7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개구리소년 추모비 일대에 환경 정비사업이 벌어진다.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사업비 약 1천만원을 들여 인근 40여㎡ 구역에 화초를 심고, 5m가량 떨어진 평지 쉼터와 추모비를 연결하는 게 골자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화초를 심어 시야가 확 트이게 만들려고 한다"라며 "쉼터는 추모비와 연결해 추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가 정식 명칭인 이 비석은 사건 30주기를 맞아 2021년 3월, 대구시가 시비 5천500만원을 들여 건립했다.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 크기의 화강석엔 실종 아동을 추모하고 유사 사건을 방지하자는 뜻을 담았다.
다만 추모비 부지가 워낙 협소하고, 비탈길 도롯가와 인접한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추모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됐다. 또한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을씨년스럽고 답답한 분위기가 감돌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에 올해 3월엔 추모비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정치권을 통해 본격화됐다. 당시 홍석준 국회의원과 유족들은 현장 간담회를 통해 현 위치에서 5m가량 떨어진 평지 쉼터로 옮기고, 일대를 소규모 추모공원으로 만들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추모비 이전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제 건립한 지 2년 남짓 지난 시설"이라며 "접근성이나 면적 문제 역시 건립 전에 예상됐던 문제였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유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비록 추모비 이전은 추진되지 않았지만, 유족들은 일대가 환하게 정리되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개구리소년 유가족 대표인 우종우 씨(75)는 "많은 분이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이제 우리도 모두 70대 중반에 이르렀다. 죽기 전까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게 마지막 바람이다. 부디 사건 수사가 잘 이뤄져 단서 하나라도 나오면 좋겠다"이라고 했다.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피해 부모는 모두 10명으로 이중 3명이 사건의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에는 개구리 소년 5명 중 박찬인(당시 10세) 군의 부친 박건서 씨가 투병 끝에 별세했다. 앞서 2022년과 2001년엔 김영규(당시 11세) 군의 부친인 김현도 씨와 김종식(당시 9세) 군의 부친 김철규씨가 유명을 달리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대구 성서초 학생 5명이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도롱뇽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불린다. 2019년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재수사 의지를 밝힌 뒤 대구경찰청은 계속해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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