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구슬을 보배로 만들려면

최두성 경북부장
최두성 경북부장

'23조3천418억 원'. 2차전지 특화단지가 유발할 생산 효과를 포항시가 추정한 금액이다. 시는 여기에다 특화단지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로 부가가치 9조5천590억 원, 취업 5만6천798명 등으로 내다봤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일 정부의 공식 발표로 특화단지에 선정되자 '영일만의 기적'을 일군 포항이 '제철보국'(製鐵報國·철강 생산으로 국가를 이롭게 한다)에서 '전지보국'(電池報國)으로 대전환할 기회를 맞았다고 했다.

마침 이달 3일은 포항을 세계적 철강도시로 이끄는 데 초석을 놓은 포항제철소 1기 종합 준공 5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포스코는 이날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서의 100년 도약을 다짐하며 2030년까지 121조 원 투자(국내 72조 원) 계획을 내놨다. 핵심은 철강사업에 더해 2차전지 소재사업, 수소사업 등에 대한 집중 투자였다. 제철보국을 이끈 저력으로 전지보국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소재 분야 핵심 기업들과 이를 뒷받침한 전후방 기업들이 포진한 영일만산업단지는 '초격차' 기술 확보의 기지로 낙점됐다.

포항은 덩달아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 수소에너지 혁신도시로의 도약 계기도 마련하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포항은 "가장 역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들떠 있다.

구미시도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에 성공했다. 한때 섬유,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며 기초단체로서 수출액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구미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며 '미래'를 준비해 온 1차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구미에는 이 분야 글로벌 점유율 최상위 선도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소재부품 업체 344개가 집적해 있다. 선도기업 여부, 신규 투자 계획, 산업생태계 발전 가능성은 구미의 경쟁력이 됐다는 평가다.

구미도 앞서 3수 끝에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4월)에 성공, 겹경사를 맞았고 도시엔 '옛 명성'을 되찾자는 결기와 희망이 넘실거린다.

1, 2도시의 특화단지 유치와 경주(SMR), 안동(바이오·생명), 울진(원자력·수소)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3월)된 것까지, 경북은 올해 들어서만도 대형 국책사업을 줄줄이 유치하는 성과를 거둬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감을 재도약으로 바꿀 동력을 확보했다.

기회를 결실로 맺는 건 경북도와 지자체의 몫이다. 정부가 혜택과 지원을 넣어 건넨 보따리가 비비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램프도, 금 나와라 뚝딱 내리치면 금이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앞선 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 성과는 본보기 삼을 만하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지역발전 정책, 노무현 정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추진력과 활력을 잃으며 사그라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병 치료 중 평가발표회에 참석해 지정을 호소하고, 김장호 구미시장은 국회를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 단체장에 이름을 올릴 만큼 간절함으로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유속불식 무익어기'(有粟不食 無益於饑·곡식이 있어도 먹지 않으면 굶주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특화단지, 산단 성공 여부는 이제부터의 노력에 따라, 성패는 기업 투자에 달렸다. 두 배, 그 이상의 절박함으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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