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의 경우의 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북서진 경로로 일본 오키나와를 관통한 후 중국 상하이 일대로 상륙하는 경로를 여러 기상당국이 한 목소리로 가리켜왔는데, 지금의 북서진 경로를 급히 북동진으로 꺾을 것으로 예상이 바뀌면서다.
태풍들에게 고속도로 JC(분기점) 같은 곳인 대만 북동쪽~일본 오키나와 군도 일대, 다시 말해 동중국해에서 이동 속도를 크게 떨어뜨린 채 사실상 체류할 것으로 보이고, 여기서 역대 태풍들의 사례를 총집합한 수준의 경우의 수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상청, 일본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등은 8월 6일까지의 예상경로만 밝히고 있는데, 모두 태풍 카눈이 북서진 경로로 일본 오키나와 본섬 일대를 지난 후, 중국 동해안엔 다다르지 않은 채 8월 4일쯤 동중국해에서 경로를 북동진으로 급히 꺾을 것으로 본다.

이게 거의 동진에 가까운 북동진이다. 이 예상경로에서 선을 더 그으면 일본 큐슈 남쪽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에서는 태풍이 큐슈에 상륙하기보다는 그 남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앞서 태풍 카눈의 제주도 및 서해안행을 전망했던 미국기상청(GFS) 모델은 태풍이 8월 9일까지 대만과 오키나와 인근 동중국해에 꽤 오래 머무를 것으로 보고, 이어 다시 북서진 경로를 밟아 8월 10일쯤 중국 상하이로 향할 것으로 본다.
태풍의 태생적 운명인 셈인 '북상'을 한다는 전망은 같으나, 북동진이냐 북서진이냐로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ECMWF 및 GFS의 Ensemble(앙상블) 모델들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각각 동쪽과 서쪽을 유력 경로로 가리키고 있다.
ECMWF Ensemble 모델에서는 태풍 카눈이 경로를 북동진으로 전환한 후 큐슈까지 가서는 다시 경로를 북쪽으로 틀어 대한해협을 지나 우리나라 단골 태풍 경로인 경남 거제·부산·울산·경북 포항 등이 위치한 동남부 지역으로 향한다는 분석을 유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GFS Ensemble 모델에서는 태풍 카눈이 경로를 북동진으로 전환하더라도 큐슈에 다다르기 한참 전에 경로를 거의 정북으로 전환, 제주도를 거쳐 우리나라 서해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서해 바다 한복판이라기보다는 서해안에 가까이 붙어 북상하면서, 피해가 좀 더 큰 경향을 보이는 태풍의 오른쪽 위험 반원에 전라~충청~수도권 서해안 지역이 차례로 포함되는 국면이다.
물론 이 모델에서는 태풍 카눈이 큐슈를 거쳐 다시 한반도로 향하거나 큐슈 옆 시코쿠 또는 혼슈 제일 서쪽 주고쿠 지역 등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는 등의 전망도 함께 밝히고 있다.
이렇게 여러 경우의 수를 제시하는 건 태풍 경로가 그만큼 유동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등 그 가장자리가 태풍의 경로가 되는 고기압들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고, 이에 오는 주말쯤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태풍이 급히 선회하는 데다 선회 후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서 그 이후 경로를 두고 경우의 수가 여럿 펼쳐진 사례가 있다. 지난해 8월 28일~9월 6일에 걸쳐 북상했던 11호 태풍 힌남노다.
그해 8월 말 공개된 각국 기상당국의 예상경로들을 보면, 태풍이 당시 밟고 있던 거의 정서진 경로를 9월 2일쯤 급히 북쪽으로 튼 후 역시 분기점인 동중국해에서 북서진할지(중국 동해안 또는 서해행) 또는 북동진할지가 관건이었다.
또한 북동진할 경우를 두고도 이동 경로의 '각도'에 따라 일본 큐슈로 갈지, 좀 더 북쪽 대한해협을 통과할지, 더 북쪽 우리나라 남부 지방으로 상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태풍 힌남노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제시된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 상륙이라는 수순을 맞았고, 포항과 경주 등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당시 태풍 힌남노는 강도 '매우강' 상태로 한반도까지 와 상륙 후에야 강도가 '강'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참고로 바다의 수증기가 먹이인 셈인 태풍은 먹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육상에서 세력이 약해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8월 1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오키나와 남쪽 150km 해상에 위치한 태풍 카눈은 강도 '매우강' 상태인데, 이를 8월 3일까지 유지하다 이때쯤 경로를 북동진으로 크게 선회하며 이후 8월 6일까지 강도 '강'을 유지할 전망이다. 힌남노 급은 아니지만, 한반도 가까이 왔을 때 여전히 강한 위력을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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