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의 '고(故) 채수근 해병 상병 사망 사건' 회수로, '제 식구 감싸기'를 막으려 개정한 군사법원법이 변사사건 셀프수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 상병 유족의 '진실 규명' 요구도 묵살될 처지에 놓였다.
9일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급류에 숨진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군사법원법 재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군사법원법은 군 내 성폭력 끝에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고자 개정돼 지난해 7월 시행됐다.
법 개정 이후 ▷성폭력범죄 ▷군인 등의 사망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사망 원인 범죄) ▷군인 등이 그 신분을 취득하기 전에 저지른 범죄(입대 전 범죄) ▷이들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는 범죄는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두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맡기로 했다.
이후 한동안 군 관련 범죄가 원활히 민간에서 처리되는 듯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경찰이 경북 지역 군 사단들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은 모두 58건이다. 유형별로는 성폭력 53건, 기타 범죄(입대 전 범죄 등) 5건이며, 사망 원인 범죄는 0건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법의 맹점이 드러났다.
이날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해병대가 실종자 수색을 시작한 이후 사고 당일(지난달 19일)까지 채 상병 소속 부대에 대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지시사항을 확인했다.
임 사단장은 사고 전날인 지난달 18일 "내일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장관이 방문할 예정이다. 지금처럼 물가를 일렬로 수색하지 말고 바둑판 모양으로 물 속 무릎 아래까지 정성껏 탐색하라"고 지시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이 구명조끼 없이 수색하던 장병들을 보고도 수색 강화를 지시한 점, 장화 대신 군화를 착용토록 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한 점 등에 비춰 그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결론냈다.
보고를 받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당초 경찰 이첩을 수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사건 자료를 돌연 회수한 뒤,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과 해병대 광역수사대장, 해병대 부사관에게 '집단항명' 혐의를 물었다.
이 장관이 '일부 인사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사건을 넘겼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박 수사단장은 "장관에게 대면보고까지 했지만 사건 이첩을 대기하라는 명령은 받은 적 없다.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국방부 차관의 문자메시지만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일각에선 국방부 장관이나 그보다 고위 인사가 임 사단장을 구명하려는 것 같다는 의혹도 내놓는다.

군인권센터는 이를 두고 "개정 군사재판법에 맹점이 많은 탓이다. 변사사건 초동수사 권한을 여전히 지닌 군 당국이 피의자와 혐의를 '셀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개정법의 '사망 원인 범죄'는 전례 없는 개념이다. 군인 변사사건의 원인이 군에 있는지 여부를 군이 우선 판단하고서 민간에 넘기는 형태다. 인과 판단에 주관이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러면 수사 과정에 군 상부가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법 재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사건 초기 유족이 군을 고소·고발하면 민간 경찰이 직접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군이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한 사건을 민간에 되가져오려면 유족은 돈을 들여 대법원에 관할조정 신청 소송을 해야 한다.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던 채 상병 유가족이 지금은 제대로 된 결론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군과 경찰은 하루빨리 제대로 된 수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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