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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급 1천원...불볕더위에 땀 뻘뻘 흘리는 폐지 줍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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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동안 폐지 주워도 가격은 2천원 정도
쉴 곳 없어 그늘에서 숨 돌리는 게 전부
"무더위 지치지만 이 외에 할 수 있는 일 없어"

지난 15일 낮 최고기온이 34℃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폐지를 줍던 배기현(80) 씨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 박성현 기자
지난 15일 낮 최고기온이 34℃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폐지를 줍던 배기현(80) 씨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 박성현 기자

"아이고, 이거밖에 안 되네"

낮 최고기온이 34℃에 이른 지난 15일 오후 3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인 배기현(80) 씨가 폐지 무게를 재는 저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날 그가 정오부터 3시간 동안 칠성시장 일대를 돌며 주운 박스는 약 100kg. 폐지 가격이 1kg당 50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져 그는 간신히 5천원권 1장을 손에 쥐었다.

고물상 처마 밑 그늘에서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배 씨는 이내 빈 수레를 끌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오전 7시, 정오, 오후 3시, 하루에 3번 칠성시장 곳곳을 다니면 폐지를 줍는다. 시장 특성상 박스 나오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그는 검은색 띠가 둘러진 밀짚모자와 파란색 디지털 무늬 토시로 무장한 채 다시 시장으로 향했다.

구부정한 자세로 수레를 끌고 도로 갓길을 걸어가던 그는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을 피하는 와중에도 곳곳에 버려진 폐지들을 단숨에 찾아냈다. 음식물 찌꺼기와 악취가 진동하는 폐지도 많았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내가 어지른 곳은 내가 치워야 한다"며 쓰레기 청소도 서슴지 않았다.

폐지를 줍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안 됐지만 배 씨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폐지를 줍기 위해 수백 미터를 쏘다니고 수백 번 허리를 숙인 탓이었다. 조금 쉴 법도 했지만 배 씨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다른 경쟁자들이 박스를 휩쓸어 갈 수도 있다. 그는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버려진 폐지를 찢어 수레에 차곡차곡 쌓았다.

이날 배 씨는 2시간 동안 약 40kg의 폐지를 수거했다. 이대로 고물상에 가져가면 2천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양이다. 그나마도 이날은 수완이 좋은 편에 속했다. 배 씨는 "날이 더워지니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줄었다. 이제 정말 간절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라며 "폐지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질텐데 가을이 되면 줍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걱정이다"고 했다.

이 2시간 동안 배 씨의 휴식시간은 3분 정도에 불과했다. 인적인 드문 그늘을 겨우 찾아내 수레를 두고 640㎖ 플라스틱 통에 담긴 얼음물을 마시던 그는 모두 마시고도 갈증이 났는지 한참을 물통을 휘저었다. 취재진이 500㎖ 생수를 건네자 금세 물 한 통을 다 비우며 "이번 여름은 정말 유독 더 덥다. 가끔 어지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배 씨에게 폐지 줍는 일은 생사가 달린 일이다. 북구 칠성동의 한 쪽방촌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 각종 잔병치레가 계속되는 아내에게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슬하에 딸이 1명 있지만 무작정 도움만 요청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 씨는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고 있다"며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은 폐지를 줍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칠성시장에서 폐지를 수거하고 있던 배기현(80) 씨가 그곳의 뒷정리까지 말끔히 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15일 칠성시장에서 폐지를 수거하고 있던 배기현(80) 씨가 그곳의 뒷정리까지 말끔히 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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