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명 5일짜리' 12호 태풍 기러기, 북상하며 하이쿠이와 엮일까?

기상청 30일 오후 11시 발표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기상청 30일 오후 11시 발표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기상청이 30일 오후 11시 발표를 통해 20호 열대저압부가 12호 태풍 기러기로 발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풍 기러기의 소멸 예상 시점도 미리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기러기는 이날 오후 9시쯤 괌 동쪽 1천여km 해상에서 발생했다.

앞으로 완만한 북서진 경로를 밟을 전망인데, 강도가 현재 수준에서 더 강해지지 않은 채로 일본 본토 남쪽 해상에 다다른다.

이어 9월 4일 중 일본 큐슈 바로 남쪽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변질, 즉 소멸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늘(30일) 태어나 불과 닷새 만에 태풍 자격을 잃는 것이다.

10호 태풍 담레이를 연상케 하는 '태풍의 생애'다.

태풍 담레이는 지난 8월 24일 발생, 같은 닷새 만인 8월 29일 일본 홋카이도 동쪽 먼 바다에서 소멸했다.

태풍 담레이는 일시적으로 강도가 '중'으로 소폭 강해지기도 했는데, 태풍 기러기의 강도는 그 정도 수준으로도 상승하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할 전망이다.

기상청 30일 오후 10시 발표 11호 태풍 하이쿠이 예상경로
기상청 30일 오후 10시 발표 11호 태풍 하이쿠이 예상경로

▶다만, 태풍 기러기가 북상 과정에서 자신의 서쪽에 계속 위치할 11호 태풍 하이쿠이와 상호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오키나와 남동쪽 900여km에 위치한 태풍 하이쿠이는 태풍 기러기와 1천km 안팎 거리에서 완만하게 북서진할 전망인데, 아직 전성기다.

현재 강도 '중'에서 9월 1~2일에는 강도 '강'으로 세력이 한 단계 강해진다.

이때 태풍 하이쿠이가 '상대적으로 약한' 태풍 기러기를 끌고 가거나 흡수하는 등 '후지와라 효과' 구도에 놓일 가능성을 전례들을 감안하면 배제할 수 없는 것.

후지와라 효과는 인접한 태풍이나 열대저기압 등 끼리 서로 영향을 줘 진로 동행 등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태풍 하이쿠이는 9월 2~4일 중국 동해안 상하이 일대를 스칠 전망이다. 이후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 서해를 진로로 가리키고 있다.

즉, 여전히 한반도 가까이 올 가능성, 특히 한반도 서쪽 서해에 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도권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쪽 지역이 피해가 좀 더 큰 경향을 보이는 오른쪽 위험반원에 드는 시나리오를 계속 따져보게 만들고 있다.

물론, 현재 예보에서는 태풍 하이쿠이가 9월 1~2일쯤 전성기를 보내고 강도가 9월 3일 '중'으로 약해지고, 9월 4일에는 한 단계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다만 있는 게 아니라 육지도 혼재한 중국 동해안을 스치며 위력이 약해지는 맥락이다. 따라서 한반도 서쪽까지 왔을 땐 소멸 직전일 것이라는 얘기다.

왼쪽부터 9호 태풍 사올라, 11호 태풍 하이쿠이,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기상청
왼쪽부터 9호 태풍 사올라, 11호 태풍 하이쿠이,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기상청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11호 태풍 하이쿠이 예상경로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11호 태풍 하이쿠이 예상경로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12호 태풍 기러기 예상경로

▶그런데 하이쿠이와 기러기에 대해서는 각각 중국 상하이를 거친 후 및 일본 큐슈 남쪽에 왔을 때가 '막바지'가 아니라는 예상도 있다.

닮은꼴 '우회전 급전환'을 해 진로를 좀 더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기상청(GFS) 모델의 Ensemble(앙상블) 모델에서는 태풍 하이쿠이가 상하이에 왔다가, 갑자기 경로를 동쪽으로 꺾어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 큐슈 북부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할 것으로 본다.

태풍 기러기에 대해서도 현재의 북서진 경로로 큐슈 내륙으로 상륙한 후, 마찬가지로 갑자기 경로를 동쪽으로 꺾어 큐슈 및 일본 혼슈 서부 주코쿠 지역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본다.

두 경로의 공통점이 바로 비슷한 위도상에서 급히 우회전을 하는 것인데, 우선 태풍이 경로로 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비슷한 시기·좌표에서 공유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후지와라 효과로 인해 두 태풍이 동행하거나 하이쿠이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러기를 흡수(기러기는 소멸)해 이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도 앞서 실제 있었던 태풍 사례들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따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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