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열한 2차전지 산업 주도권 경쟁··· K배터리 中기업과 미묘한 관계

내수시장 기반 성장 중국 배터리 기업 해외시장 진출 본격화, LG엔솔 턱밑 추격
중국 기업 견제하면서도 합작사 설립 사례도 크게 늘어

지난달 7일 중국 저장성 화유코발트 본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화유코발트의
지난달 7일 중국 저장성 화유코발트 본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화유코발트의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면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경쟁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배터리 3사(LG에너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23.5%에 그쳤다. 중국의 CATL(36.6%)과 BYD(16%)는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중국 배터리 산업은 해외기업 진출이 제한적인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올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28.7%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CATL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점유율을 27.2%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였던 격차를 1.5%까지 좁히며 맹추격 중이다.

한국 2차전지 업계는 광물 공급망 다변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

LS그룹은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와 함께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을 설립했으며,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공장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현재 전구체는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향후 합작사가 전구체 양산에 돌입해 연간 12만 톤(t) 이상의 생산력을 갖춘다면 자립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는 SK온과 손을 잡았다. 전구체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캐나다 현지 양극재 공장 신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또 SK그룹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와 유럽 폐배터리 시장에 진출해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에 나섰다. 또 현대자동차 그룹은 고려아연과 업무 협약을 맺고 2차전지 소재 생산에 대한 협력에 나섰다.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기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우회를 목적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유코발트, 거린메이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한국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어 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IRA 시행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중국 기업과 합작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성은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 등의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미국 내 생산이 불가피한 배터리 부품에 관해서는 신속한 대미 투자 결정과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한국 합작사 및 투자 현황.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한국 합작사 및 투자 현황.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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