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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 포항 '수화식당' 대표 "장애인이 사장인 식당 분점을 만드는 게 가까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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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로 일하다 식당 창업…주방 등 종업원 모두 청각 장애인
출장 식사·배달하면서 활로 찾아…"장애인·비장애인 벽 허무는 공간"

김소향
김소향 '수화식당' 대표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불종로 한 골목에는 특별한 식당이 있다. 메뉴는 비빔밥, 제육덮밥, 칼국수, 수제비 등 간단한 식사류라 달라보일 게 없지만 이 식당의 특별한 점은 사람들이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 청각장애인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식당은 대구경북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찾기 힘든 곳이다. 식당의 이름은 '수화식당'이다. 식당을 창업한 김소향 대표를 만나봤다.

김 대표는 식당을 차리기 전에는 수어통역사로 일했었다. 김 대표의 남편도 청각장애가 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의 애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청인(聽人)이기도 하다. 식당을 만든 것도 청각장애인을 위해서였다.

"제가 수어통역사로 일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옆에서 지켜봐왔잖아요. 남성 청각장애인들도 취업이 어려운데 여성 청각장애인들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여성들도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식당을 생각한 거예요. 음식은 다들 할 수 있으니까요."

'수화식당'은 주방 뿐만 아니라 음식 주문을 받고 내는 것까지 모두 청각장애인 종업원이 해 내고 있다. '제대로 주문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오면 손님은 주문할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을 완료한다. 처음 오는 손님들은 낯설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단골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장사가 잘 될까 저도 걱정했는데 다행이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특히 케이터링에서 '맘 카페'나 관공서 쪽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찾는 분들이 많아졌죠. '수어 주문 시 할인'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간단한 수어를 알려주고, 다음에 오면 그 수어를 써서 주문하시는 분이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아, 수어가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하시죠."

식당 창업은 김 대표도 처음인지라 좌충우돌이 없지 않았다. 하필 문을 연 시점이 2020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될까 걱정했지만 방향을 케이터링(출장 식사 제공)과 배달 등으로 확장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식당 자리도 찾다찾다 자리잡은 곳이 포항의 옛 도심의 폐업한 나이트클럽 1층이었다. 그래서 식당 천정에 조명기구가 남아 있어 식당을 빌려 행사를 하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수화식당'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사회와의 접점을 늘리면서 자립의 단초를 마련하는 이점도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방식인 것이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는 접점이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언어 소통의 문제였거든요. '수화식당'은 만남의 접점이 되는 거죠. 사실, 케이터링 서비스만 하면 돈은 더 많이 남지만 매장 운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결국 서로 만나서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공간으로 계속 기능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죠."

그래서 김 대표는 '수화식당'을 통해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의 안정된 고용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가장 가까운 목표로는 청각장애인이 직접 사장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수화식당' 분점을 내는 게 목표예요. 그게 가능하도록 제가 도와드리는 게 아마 지속가능한 목표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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