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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들도 ‘부적’을?… 국립경주박물관, 국내서 가장 오래된 ‘수구다라니’ 공개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내년 1월까지 전시

한자로 쓰인 수구다라니.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한자로 쓰인 수구다라니.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옛 신라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은 '다라니'를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 중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陀羅尼)라고도 불린 '수구다라니'는 말 그대로 다라니를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여겨져 널리 유행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시대 수구다라니가 24일 처음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이날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여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을 통해서다.

이번에 전시되는 수구다라니는 경주 남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금동 경합(經盒, 경전을 넣어두는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으로, 고대 인도어로 쓰인 것과 한자로 쓰인 것 등 총 두 가지다. 두 문자로 된 다라니가 함께 나온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수구다라니엔 경합에 넣어두기 위해 여러 번 접었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각각 2천 자 남짓의 글자와 함께 검과 칼, 소라나팔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8~9세기 중국에서 제작한 수구다라니와 형식이 매우 비슷하지만 다라니를 쓴 종이가 닥나무로 만든 한지로 분석돼,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임이 확인됐다. 다만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1919년에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해 왔다. 입수 당시 기록을 보면 조선총독부가 경북 안동 출신의 김한목으로부터 금동 경합과 두 개의 다라니를 각각 20엔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구다라니는 2020년 학술대회에 소개된 뒤 주목받았으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의 조사 연구가 본격 실시됐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 당시 직사각 모양으로 붙어 있었던 수구다라니를 분리해 두 개의 수구다라니를 확인했고 본래의 정사각 모양을 되찾았다.

수구다라니가 들어있던 금동 경합은 조사 결과 구리에 금을 도금을 한 것으로, 윗면에 보상화무늬와 옆면 사방에 신장상이 새겨져 있고 여백에 '어'(魚) 자 무늬가 있다. 경합은 통일신라 8~9세기에 제작된 다른 금동 합이나 사리기와 제작방식‧기법 등이 유사해 통일신라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금동 경합 안에 봉안된 다라니도 같은 시기인 통일신라 때 제작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가장 오래된 필사본 수구다라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수구다라니가 들어있던 금동 경합.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수구다라니가 들어있던 금동 경합.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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