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는 즐거움에 먹는 재미까지’ 4계절 색동옷 입은 포항 들녘으로의 여행

농업+관광 융합한 새로운 지역경제 패러다임 눈길
호미곶면 50㏊ 계절별 유채‧보리‧해바라기 등 절경…호미반도 전역으로 확대 계획

봄철 하늘에서 바라본 포항 호미곶. 일출 명소인 새천년광장과 유채꽃이 피어난 경관농업단지, 파란 동해바다가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포항시 제공
봄철 하늘에서 바라본 포항 호미곶. 일출 명소인 새천년광장과 유채꽃이 피어난 경관농업단지, 파란 동해바다가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포항시 제공
가을철의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 소금을 흩뿌린 듯 하얀 메밀꽃밭이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만나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포항시 제공

자고로 진정한 미식가의 길은 입으로 넣기 전에 눈으로 먼저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요리의 색은 분명 먹기도 전부터 식욕을 자극한다.

최고의 요리사가 혼신의 힘을 발휘해 꾸며낸 음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그 요리를 준비한 최고의 요리사가 자연이라면 어떨까.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의 눈 닿는 모든 곳까지 하얗고 노랗게 펼쳐진 들녘은 풍성한 자연의 보고이며, 식탁을 장식할 재료들이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 따라,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 따라 너른 들녘을 홀린 듯 걷다 보면 어느덧 기분 좋은 허기가 든다.

아! 이래서 음식은 먹기 전에 눈으로 즐기는 것이라 했나 보다. 손끝을 스치며 만난 자연의 재료들을 맛볼 생각에 호미곶 산책길이 즐겁다.

포항 호미곶 인근의 경관농업단지에서 봄철 유채꽃의 노란 물결과 멀리 바다가 어우러지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가을철의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 소금을 흩뿌린 듯 하얀 메밀꽃밭이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만나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포항시 제공

◆발상의 전환으로 관광·농업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관농업단지'는 농업과 관광을 융합한 콘텐츠이다.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룬 농작물을 자원으로 활용해 관광객 유치와 농가 소득 증대 등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광 트렌드이자 농업 형태를 말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 많은 정책 같아 보이지만, 분명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반도 최동단,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은 전국적인 해맞이 명소로 이미 유명하다. 다만, 특성상 관광객이 찾는 시기가 한쪽으로 치우쳐 지속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해풍이 강하고 태풍에 취약해 쌀농사가 힘든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포항시는 구조적으로 경작이 힘들고 공급과잉 문제를 겪는 벼농사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호미곶을 경관농업단지로 전환하며 겨울을 제외한 3계절마다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부가적인 효과를 거두는 발상의 전환을 적용했다.

지난 2018년부터 포항시는 호미곶 해맞이광장 인근(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33㏊(약 10만평)에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50㏊(약 15만평)로 규모가 더욱 늘어났다.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 유색보리가 가득하다. 포항시 제공
포항 호미곶 인근의 경관농업단지에서 봄철 유채꽃의 노란 물결과 멀리 바다가 어우러지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계절별 색동옷 갖춰 입은 호미곶 해안가

첫해는 유채·메밀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유채·유색보리(청·흑·자색)·해바라기·메밀 등 재배작물이 더욱 많아졌다.

기존에 쌀농사 일변도였던 호미곶 들녘은 현재 이러한 작물들로 계절마다 노란색, 하얀색 등 눈부신 빛깔의 옷들로 갈아입는다.

여기에 원두막, 포토존, 야간 조명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설치되며 관광객 편의와 함께 체험거리도 늘렸다.

포항시는 경관농업 단지를 앞으로 더욱 늘릴 계획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내년에 해바라기 재배 면적을 확대하며, 보라색 유채꽃 1만6천500㎡(약 5천평)을 시범 조성해 볼거리를 확충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호미곶면뿐만 아니라 인근의 구룡포읍, 동해면까지 총 100ha 이상으로 확대해 호미반도 전역을 경관단지로 물들일 구상이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경관농업단지에 설치된 포토존 조형물. 포항시 제공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 유색보리가 가득하다. 포항시 제공

◆관광 자원에 농가 소득 증대는 덤

경관농업이 단지 보기만 좋은 것은 아니다. 힘들여 가꾼 여러 작물들은 다양한 가공을 거쳐 식탁에도 오르며 농가 소득 증대라는 열매를 맺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호미반도 유채꽃 개장식'에는 노란 유채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관을 보기 위해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렸다. 당연히 각종 먹거리와 체험부스도 진행되며 지역 상권에 활력을 톡톡히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계절에 치우침 없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을 지속적으로 호미곶으로 불러들인다. 이를 통해 침체된 농촌 관광에 활기를 더하고 지역민 소득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경관농업단지에 설치된 포토존 조형물.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경관농업단지에 설치된 포토존 조형물. 포항시 제공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서 재배된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 한상차림.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경관농업단지에 설치된 포토존 조형물. 포항시 제공

포항시 관계자는 "바다 풍경이 멋진 호미곶에는 상생의 손, 국립등대박물관 등 해양 관광 자원이 풍부한데, 여기에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경관단지의 아름다운 물결이 조화를 이뤄 '인생 샷 찍기' 등 추억을 남기려는 관광객 발길을 더욱 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작물이다 보니 지역 먹거리 가공산업에도 긍정적 연계를 이어간다.

경관농업단지에서 재배되는 유색보리, 메밀 등 대체 작물을 전량 가공, 판매해 농가 소득도 적잖이 올리고 있다는 소리이다.

개화시기에 맞춰 유채꽃 아이스크림, 메밀전 등 경관작물 활용 음식을 축제 등에 연계 판매해 부가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수제 맥주·치유 체험 등 지속 가능한 농업 그리고 관광의 길

포항시는 경관농업이 지역 소득 창출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관작물을 활용한 연계 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부터 2024년까지 국비 10억원을 지원받아 포항 보리의 주산지인 호미곶 해풍 보리를 이용해 수제 맥주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올해 농촌진흥청의 '기술보급 블렌딩 협력 모델'에 선정돼 이뤄진다.

이 사업을 통해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의 수확물인 보리를 재료로 한 지역 특화 맥주를 개발해 농업인 소득증대를 가져오는 '푸드테크+경관농업'의 융합까지 꾀한다.

또 다른 경관 농업 작물인 메밀을 활용해서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흥해읍 농업기술센터에서 메밀을 활용한 치유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메밀 베개 만들기, 메밀꽃 머그컵 만들기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으며, 향후 메밀국수 등 새롭게 개발한 먹거리를 상품화시켜 농가 수익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서 재배된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 한상차림.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경관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용 농기계 임대 사무소를 지난해 건립했다.

올해 3월에는 '구룡포 경관농업 농특산물 체험 판매장'도 개장해 경관작물 및 지역 농산물 판매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촉진할 생각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호미곶의 관광 인프라에 더해 지역만의 특별한 경관 농업을 접목해 호미반도를 한국을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농업 모델의 중심지로 만들어 가겠다"면서 "이를 위해 관광 자원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경관농업을 더욱 활성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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