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주민들이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매일신문 11월 5일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에서 기준치 이상의 복합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기준 위반 업체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도록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20일 서구청의 '대구 서구 악취검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악취검사를 총 160회 실시한 결과 염색산단과 서대구산단 내 업체 81곳 중 18곳(22.2%)에서 공업지역 복합악취 허용기준인 '희석배수 1천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악취는 악취공정시험 기준인 '공기희석관능법'으로 측정하는데, 여기서 '희석배수 1천배'란 포집한 가스에 깨끗한 공기를 1천배를 희석해야 무취한 공기가 된다는 의미다.
서구청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등에 대해 2019년 이후로 매년 140회 이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섬유나 도계 업종 등 악취가 발생하기 쉬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7월 실시한 악취검사에선 한 도계 업체의 복합악취가 기준치의 14배를 초과해 희석배수 '1만4천422배'로 측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부터 염색산단 악취 등 연구과제를 수행해 온 김성국 전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기업지원부장은 "복합악취는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10배,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우면 1~200배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며 "1천배만 넘어가도 굉장히 센 악취이며, 1만배를 초과하면 사람이 도저히 맡기 힘든 정도의 냄새"라고 말했다.
이어 "봄가을에는 북서풍이 불면서 악취가 비산동, 평리동 등 주거 지역으로 많이 밀려들어 온다. 반경 2㎞ 이내면 충분히 냄새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염색산단 반경 2㎞ 이내 지어진 신축 아파트 단지는 모두 4곳으로 6천900가구가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런 강력한 악취에도 당장 배출기준 초과 사업장에 강제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서구청은 ▷2018년 21곳 ▷2019년 23곳 ▷2020년 17곳 ▷2021년 20곳 ▷2022년 34곳 ▷2023년 10월 기준 18곳 등 기준을 위반한 사업장을 적발했으나, 악취방지법 등 현행법에 따라 모두 행정처분과 과태료 조치에 그쳤다.
주민들은 복합악취 배출 기준을 초과한 사업장에 조업 정지까지 가능하도록 서구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1차 개선 명령 이후 2차 초과 시 바로 조업 정지 처분이 가능하지만, 지정되지 않으면 구청에서 1차 개선권고, 2차 조치명령, 3차 과태료 등의 수순으로 처리될 뿐이다.
염색산단과 직선거리 1.5㎞ 거리에 떨어진 아파트에 거주 중인 조용기(35)씨는 "이제 9개월 된 아기에게 악취물질이 갈까봐 아기옷은 자연풍에 말리질 못한다"며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악취 발생 사업장을 강하게 규제하고, 주민들이 살기에 더 나은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 권한이 있는 대구시는 내년에 추가적인 조사를 거친 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허종정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서구청에서 주민 의견 청취 후 필요에 의해서 악취관리지역을 요청하면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도 "2019년부터 계속 악취저감사업을 해왔다. 내년에 해당 사업의 성과, 효과 등을 조사해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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