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밀반출 된 약봉 묘지석, 한국국학진흥원 품으로 돌아와

약봉 김극일 선생의 지석… 청계 선생의 맏아들
일제강점기 때 도굴 돼 일본으로 밀반출 된 것으로 추정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가 대가 없이 기증해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한 약봉 김극일 선생의 지석 앞에서 기증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한 약봉 김극일 선생의 지석 앞에서 기증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밀반출됐던 약봉 김극일 선생의 묘지석이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돌아왔다.

21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가 일본에서 환수한 약봉 김극일 선생(1522~1585)의 지석(誌石) 5점을 기증했다. 전 대표는 지석의 주인공 김극일 선생이 안동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 의사를 전달했고, 일련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사됐다.

김극일 선생은 안동 명문가 자손으로 청계 김진(1500~1580) 선생의 맏아들이다. 1546년(명종 1)에 문과에 급제해 형조 좌랑, 경상도 도사(都事), 평해 군수, 예천 군수, 성주 목사,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다.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온 지석은 본관과 이름, 조상 계보, 생일과 사망일, 평생 행적, 가족관계 등을 적어 무덤 앞이나 옆에 묻는 도판이나 판석을 의미한다. 김극일 선생의 지석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43년 후인 1728년(영조 4)에 밀암 이재(1657~1730) 선생이 썼다.

이 지석은 일제강점기 때 도굴돼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된다.

기증된 지석은 모두 5점(9면 기록)으로 이뤄져 있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한국국학진흥원은 모두 28종 130여 점의 묘지석을 보유하게 됐다.

지석을 기증한 전 대표는 '금릉군부인 심씨 백자 묘지명'과 '전만추 백자 묘지명', '전라도 관찰사 홍중하 지석' 등 일본에서 오랫동안 환수 활동을 펼치며 전통 문화유산을 고국의 품으로 되돌리고 있다.

전윤수 대표는 "최근 환수되거나 발견된 지석의 경우 한 벌을 이루는 게 드문데 일본 어느 고미술 상점에 약봉의 지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가서 구입했다"며 "이번 기증은 조상 무덤에서 파헤쳐 간 지석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중요한 문화재를 아무 대가 없이 기증해 준 전 대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본원은 현재 청계 김진 종가의 국학자료 3천여 점을 기탁 보관하고 있고, 이러한 측면에서 청계 선생의 맏아들 약봉 선생의 지석이 본원에 기탁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환수돼 고향 안동으로 돌아온 청계 선생의 맏아들인 약봉 김극일 선생의 지석의 일부 모습. 이번에 기증된 김극일 선생의 지석은 총 5점(9면)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일본에서 환수돼 고향 안동으로 돌아온 청계 선생의 맏아들인 약봉 김극일 선생의 지석의 일부 모습. 이번에 기증된 김극일 선생의 지석은 총 5점(9면)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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