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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물처리장 특별법 쟁점은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대승적 결단 요구

2년 넘게 발묶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거대 야당 탈원전 분위기 고수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매일신문DB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매일신문DB

원전을 운영하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가 발생한다. 이를 저장·처분하는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법안 발의 이후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여야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 방법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영구 저장시설 규정이 없어 모두 각 발전소에서 '임시 보관' 중이다. 2030년부터는 이 시설도 포화상태에 접어든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특별법안은 모두 3개다.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고준위 방폐장 필요성이 공론화하면서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엔 부지 선정 절차와 이를 담당할 조직의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발의한 방폐물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도 있다.

◆2년 넘게 발묶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법안 심사 작업을 벌였지만 몇몇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요 쟁점은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여부와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의 규모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은 부지 내 중간저장시설 규모다.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처분 용기에 담아 지하 500~1천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시설을 짓는 데 적어도 3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에 13년,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7년, 영구저장시설을 짓는 데에 17년이 걸린다. 올해 부지 선정 논의를 시작해도 2060년에야 영구저장시설을 완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78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가동 이후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1만8천600t에 이른다.

이들 방폐물은 각 원자력발전소 내 수조로 된 임시저장시설(습식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는데 이 시설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황에 들어선다. 예상되는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 2030년, 고리원전 2032년, 월성원전 2037년 등의 순이다. 영구저장시설이 완공되기 전까지 최소 20년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부지 내 저장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이 부분에서 여야 간 입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데 핵심 쟁점은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안은 저장 용량을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으로 잡았다. 같은 당 이인선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발생하는 양으로 정했다. 2개 법안은 결국 원자로 운영허가가 향후 연장될 가능성을 고려해 저장시설 규모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김성환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규모를 '설계 수명 기간 중 발생량'으로 정해 원전 준공 때 받은 운영허가 기간보다 더 가동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여당은 원전의 추가 연장 운영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기존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고려한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이 기존 원전의 추가 연장 운영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매일신문DB
지난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매일신문DB

◆원전소재 자치단체 우려 종식 '기대'

이와는 별개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조에서 꺼내 보관할 임시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습식저장시설 포화 시점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원전가동을 멈춰야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법상 건식저장시설은 '관계시설'에 해당돼 특별법과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원전을 품고 있는 5곳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특별법은 부지 내 저장시설의 명확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 지자체와 주민들은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로드맵을 마련해 중간저장시설과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운영 중인 임시 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만큼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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