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폭락으로 국내 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전망되자 금융 당국이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ELS 상품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데, 수익률 기준이 되는 H지수가 판매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H지수를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으로 삼는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은행검사1국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 현장 조사를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정기 검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다루고 있고, 신한·우리·NH농협은행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서면으로 조사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금감원이 조사에 나선 건 ELS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내년 큰 손실을 보게 생겼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0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으며, 국민은행 판매 잔액이 8조1천972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신한은행 2조3천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천310억원, 하나은행 2조1천183억원 등 순이었다.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 물량은 8조3천억~8조4천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ELS는 통상 3년 만기 상품으로,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천포인트에서 현재 6천포인트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가운데 우량기업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주가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지난 2021년 중국의 빅테크(대형 IT기업) 규제와 대형 부동산 업체 파산 우려, 지난해 미국 내 중국기업 상장폐지 우려 등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했고, 이 같은 상황이 지수에 반영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금감원은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가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과 H지수 변동성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은행권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요 은행은 최근 대응팀을 구성하고 고객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대안 상품 연결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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