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 올 초 엄청난 화제를 몰며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수상작이어서 내용은 익히 알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라며 해맑게 웃던 영화 속 소희와 함께 미소 짓다가도 내 마음은 내내 불안했다. 어떻게 내용이 흘러갈지 감이 와서였는지, 두근대며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소희의 밝은 얼굴은 마치 잿더미처럼 사라졌다.
영화 속 강력반 형사팀장으로 나오는 배두나 배우는 소희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기업의 부조리를 알게 됐고,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을 내친 학교와 관련 기관을 찾아가며 사건의 원천적인 실마리를 풀어내려 하지만, 결국 교육 시스템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는 비단 교육 시스템의 문제만은 아니다. 거창하게 정치, 경제, 산업, 문화를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가까운 삶은 풀 수 없는 꽈배기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엮인 것이 많다.
뉴스만 보더라도 MZ세대의 퇴사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왜 퇴사를 할까. 그들은 왜 기성세대에 반기를 들까. 바로 그들이 '구조'의 한 가닥에 들어오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현실의 민낯을 보고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산율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현실이 받쳐 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물론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고, 기업도 사내 문화를 바꾸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혹은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많다.
이 또한 여러 이해 구조가 얽힌 구조적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사회·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쳐 결국 국력 손실이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풀어야만 한다. 우리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다.
미래 세대에게 지구를 잘 물려줘야 하듯 우리의 삶, 구조적 문제의 해법, 시스템의 완비는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원천이 된다. 그리고 그런 원천을 제공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의무다.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해, 더 나은 삶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액션은 '선거'다. 선거야말로 시스템의 붕괴를 바로잡아 줄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선거보다 휴일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 선거는 1948년 첫 총선 때부터 임시공휴일로 지정됐고, 2010년대 들어서면서 법정공휴일로 규정이 바뀌었다.
우리는 왜 이날이 휴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좀 더 느긋하게, 길게, 현명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휴일로 지정되었을 것이다. 바로 '다음 소희'와 같은 이상한 시스템 아래 피해를 보는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다음 소희'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부조리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다. '다음 소희'는 이제 없어야 한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조금 더 나아지려면 정치는 필요하고, 정치가 계속되려면 반드시 투표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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