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焼身供養)으로 입적한 상월결사 회주 고(故) 자승 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추모하기 위한 영결식이 3일 거행됐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치러진 종잔장(宗團葬)에는 종정 성파스님 등 조계종 인사와 정계 인사, 종교인, 신자 등 수천여 명이 모여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진우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영결사에서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며 가는 게 자연의 이치"라며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을 먼저 보이신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 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고 했다.
주경스님(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은 "참아보려해도 밀려오는 안타까움과 슬픔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스님께서 열어 보이신 길을 따라 원력불사를 하나하나 이어가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자승스님은 불교의 화쟁 정신으로 포용과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어르신이었다"며 "스님이 걸어온 모든 순간은 한국 불교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헌화자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학생의 유족, 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으로서 복직 투쟁을 했던 김승하씨,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자승스님이 총무원장 재직 중인 2012년 8월 만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자승스님의 법구는 영결식을 마친 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로 이운됐다.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식(茶毘式)이 봉행된다.
자승 스님의 속명은 이경식이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무렵, 젊은 나이에 출가했다. 처음에는 경산 스님(총무원장 역임) 밑으로 출가했다가, 정대 스님 밑으로 권당(절집에서 은사 스님을 바꾸는 일)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던 정대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자승 스님은 정대 스님을 수행하며 옆에서 종단 정치를 보고 배웠다.
불교 조계종은 크게 선방에서 수행하는 수도자를 일컫는 이판과 절집의 행정을 맡거나 종단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사판으로 나뉜다. 굳이 분류하자면 자승 스님은 사판에 속한다.
지난 2006년에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이 됐고, 2009년에는 총무원장이 됐다.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과 통 큰 협상력으로 전국시대에 해당하던 종단 정치판을 하나로 통일했다. 불교라는 수레의 두 바퀴는 '깨달음'과 '전법'이다. 자승 스님은 주로 '전법교화'에 방점을 두었다.
2023년에는 인도와 네팔의 불교 8대 성지를 43일간 걸어서 순례했다. 남겨진 유서에서는 "우리 종단은 수행 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라며 수행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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