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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싸우면 이긴대" 청년 목숨 앗아간 치기어린 술자리 시비

[사건속으로] 대구 동창생 상해치사 사건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지난 3월 13일 오전 1시 무렵, 대구 북구 한 술집 주차장에 선 30대 남성 2명 사이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흡연을 하고 있던 만취 상태의 한 남성 앞에 선 다른 30세 남성이 점퍼를 벗은 후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니 내 죽인다고 했나?"

순간 싸움이 붙었다. 싸움이라기엔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점퍼를 벗은 남성은 상대방의 얼굴을 주먹과 무릎으로 가격하고 다리를 걷어찼다. 충격에 넘어진 상대방은 뒷머리를 콘크리트 주차장 바닥에 강하게 부딪쳤다. 남성은 기절한 채 일어서지 못했다. 영영. 30세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순간의 치기어린 술자리 시비였다.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30) 씨에게 징역 7년을, 상해교사 혐의로 기소된 C(30)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3명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구 사이로, 평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거나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걸로 나타났다.

시작은 사건 전날 오후 9시부터 시작된 B씨와 C씨 사이의 술자리 대화였다. B씨가 C씨에게 "A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C씨는 A씨에게 "B가 너와 싸우면 자신있게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정신차릴 정도로 때려줘라. 내가 책임질게"라며 그 말을 전했다.

잠자리에 누워 있던 A씨는 "B가 그말을 한 건 니가 책임져라"고 얘기하며 몸을 일으켰다. C씨는 A씨에게 술집 위치를 알려줬고, A씨는 현장에 도착한 뒤 얼마 안돼 범행을 저질렀다.

만취 상태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이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으나 C씨는 B씨를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긴커녕 자신의 차량에 장시간 방치하기까지 했다. B씨는 폭행 당한 지 약 20시간이 지난 13일 오후 10시에야 대학병원에 옮겨졌고, 다음날 오전 6시쯤 치료 중 사망했다. 사인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었다.

C씨는 사망한 B씨의 요구에 따라 A씨를 불러준 것일 뿐, A씨에게 B씨를 다치게 하라고 부추긴 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처음 전화를 받지 않자 메시지까지 보냈고, B씨는 이미 만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싸움이 붙는다면 B씨가 다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피해배상금 1억원을 공탁한 점, C씨의 경우 범행을 부인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수회 있는 점, 피해자의 사망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B씨의 유족 측은 합의 및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다며 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하면서 이번 사건 2심은 내년 1월 10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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