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로 시작해 반도체로 끝났다…尹 대통령 ‘비즈니스 외교’ 마무리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외국 정상 중 최초로 윤 대통령에 클린룸 공개
삼성전자·SK하이닉스, ASML과 협약 맺고 기술개발 연대
원전·방산·농업·뇌질환 연구 등 '반도체 동맹' 시너지 기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온전히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ASML 클린룸 시찰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에선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해 마침표를 찍었다.

윤 대통령 방문을 통해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와 연대를 통해 반도체 생산 전(全) 주기에 걸친 경쟁력을 확보했다. 글로벌 협력 채널도 네덜란드까지 다양화했다.

◆윤 대통령, 대한민국 대표 산업 반도체 '초격차' 유지 앞장

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 반도체 분야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평택(삼성전자), 용인(SK하이닉스), 구미 등을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수도권 블랙홀 심화'라는 비수도권의 비판에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 SK의 대규모 투자를 앞뒀지만 소재, 부품, 장비 등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는 반도체 산업의 불안 요소로 남았다. 한국, 미국, 일본과의 결속과 함께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보유한 반도체 최강대국 네덜란드와의 동맹이 절실했다.

반도체 제조에선 강국이지만 소재와 장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게 네덜란드는 필수 협력 대상이었다. 정부는 이번 반도체 동맹 명문화가 반도체 장비 공급·조달의 활로를 뚫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SML도 최첨단 2나노 공정이 가능한 클린룸을 외국 정상 중 최초로 윤 대통령에게 공개하는 등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은 "2나노 기반 반도체 양산에는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연간 생산 가능 규모가 2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차세대 EUV 장비의 안정적 확보가 향후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앞장 선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네덜란드와의 협력 체계가 완성돼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핵심 장비 공급 걱정을 덜게됐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의 클린룸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방진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의 클린룸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방진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순방 동행한 이재용·최태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통해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는 ASML과 손잡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EUV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공동 연구소를 국내 수도권에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ASML은 7억 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빛의 파장이 기존 장비보다 짧아 이를 이용하면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7나도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한 장비로 꼽힌다. 전세계 업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협력으로 최첨단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최신 장비를 적극 도입해 메모리 미세공정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5일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반도체가 거의 90%였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SK하이닉스도 이번 국빈 방문 기간 EUV 공정에서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ASML과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 4세대와 5세대 D램 제조공정에 ASML의 EUV 장비를 적용 중이며 향후 확대 적용을 위해 2021년 4조7천500억원 규모 EUV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으로 EUV를 운용할 때 내부 오염원 제거 등에 쓰이는 수소 가스를 포집한 뒤 연료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동맹' 시너지 원전·방산·농업까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으로 구촉된 '반도체 동맹'은 양국 간 다른 경제 분야로의 파급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 기관, 기업 간 체결된 문서는 양해각서(MOU) 30건, 투자의향서(LOI) 1건, 계약 1건 등 총 32건이다.

기업 간 MOU가 19건이고 영국 정부·기관 간 MOU는 11건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 체결된 MOU가 6건이다.

이 외 원전 분야에서 3건의 MOU가 체결돼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상황인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이번 국빈 방문을 현지진출 기회를 늘리는 데 활용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와 신규 원전 기술타당성 조사 계약을 했고 한전원자력연료는 현지 컨설팅기업 뉴클릭과 MOU로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 규제정보를 공유하고 인허가 획득을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경제안보와 국방·방산 분야에서도 '외교·산업 2+2 장관급 대화체 신설, 방산군수공동위원회 개최 등 성과가 있었다.

과학 분야 협력 노력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바게닝언대 연구소는 디지털 파밍 분야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스마트팜의 확장 개념인 디지털 파밍은 농업 분야 공정 자동화에 더해 AI(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등 기술을 접목한 게 특징이다.

뇌과학 분야도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은 네덜란드 뇌연구원과 뇌조직 교환, 뇌질환, 발달장애 등 뇌 연구 추진을 위한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뇌연구원은 네덜란드 뇌연구원 산하 뇌은행으로부터 뇌질환 환자와 일반인 뇌조직을 분양받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각종 뇌질환을 극복할 연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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