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복궁 낙서 10대 임군은 구속영장 기각, 자수한 모방범 20대 설씨는 발부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진의 왼쪽은 임군이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설씨가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진의 왼쪽은 임군이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설씨가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건 2건이 잇따른 가운데, 먼저 범행을 저지른 10대 피의자는 구속을 면한 반면, 이를 따라했으며 자수했던 20대 피의자는 구속됐다.

미성년자냐 성인이냐, 나이가 구속 여부를 가른 맥락이 짙다.

또 20대 피의자의 경우 자수 여부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맥락도 엿보인다.

다만, 역시 중요한 요소인 반성 여부를 두고는 20대 피의자가 앞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고, 이게 감안됐는지 시선이 향한다.

▶22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설모(28) 씨에 대해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같은 혐의를 받는 임모(17) 군에 대해서는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발부할 수 있는데,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과 증거가 상당수 확보된 점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표시한 낙서테러가 발생했다.(사진 위쪽) 문화재청은 담장 훼손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표시한 낙서테러가 발생했다.(사진 위쪽) 문화재청은 담장 훼손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 등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영상 공유 웹사이트 주소를 반복해 남긴 혐의를 받는다.

임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그 사람이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문구를 스프레이로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임군은 경복궁 바로 옆 광화문광장의 랜드마크인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는 이유로 거절해 실제 범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임군의 은행 계좌 거래 내역과 텔레그램 기록 등을 토대로 A씨를 추적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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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휴일의 Teen Troubles 앨범 표지. 매일신문DB
가수 조휴일의 Teen Troubles 앨범 표지. 매일신문DB

▶설씨는 임군의 범행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같은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정치마'라는 활동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가수 '조휴일(미국 국적 이름 브라이언 조)'의 이름과 그가 지난해 발매한 정규 3집 앨범의 파트3 제목인 'Teen Troubles'를 철자를 조금 틀리게 쓴듯한 'TENN TROUBLES'를 적었고, 자신의 팬심을 드러낸듯 하트(♡) 표시와 'mutta'라는 표기도 첨가했다.

설씨는 범행 하루 뒤인 18일 경찰에 자수, 자진 출석해 6시간정도 조사를 받은 후 귀가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설씨는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설씨는 경찰 출석 이틀 뒤인 20일 자기 블로그에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글을 올려 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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