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칠곡 할매·할배 랩 열풍…‘치매가 뭐지!’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전국 최초 랩 활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장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로 구성된 래퍼 그룹 '우리는 청춘이다'는 이달 3일 열린 발표회를 통해 두 달간 연습한 랩 실력을 뽐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로 구성된 래퍼 그룹 '우리는 청춘이다'는 이달 3일 열린 발표회를 통해 두 달간 연습한 랩 실력을 뽐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에 할매 랩 열풍이 불고 있다.

8일 칠곡군에 따르면 수니와칠공주, 보람할매연극단 등 '랩 때리는 할매'로 유명한 칠곡에서 전국 최초로 랩을 활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칠곡 왜관읍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이하 센터)는 랩을 이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했다.

당시 할머니 10명과 할아버지 3명으로 구성된 평균 연령 88세의 13인조 혼성 래퍼 그룹 '우리는 청춘이다'를 결성했다. 이들은 두 달 간 연습한 랩 실력을 이달 3일 열린 발표회장에서 뽐냈다.

그룹의 리더인 송석준(95) 할아버지가 청년 못지않은 우렁찬 목소리로 랩을 선창하자 다른 어르신들도 따라 부르며 비트에 맞춰 춤을 추었다.

센터 어르신들이 랩 삼매경에 빠진 것은 평균 연령 85세의 8인조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로부터 비롯됐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10월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랩을 선보였다.

센터는 수니와칠공주가 부른 랩을 흥겹게 따라 부르며 자신들도 랩을 배우고 싶다는 어르신의 요청을 접했다.

이에 랩 가사를 외우고 간단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으로 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던 랩이 치매 예방과 진행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답변에 정규 프로그램에 랩을 포함했다.

센터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의상과 모자를 비롯해 액세서리를 마련하고, 랩에 소질이 있는 직원이 랩 선생님으로 나섰다.

센터는 어르신들의 호응에 올해부터 정규 교육 과정에 랩을 포함해 센터를 이용하는 150 명의 모든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 번 랩을 때리게 됐다.

장복순 센터장은 "랩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젊어졌다는 어르신들의 호응과 자신들도 랩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으로 정규 교육 프로그램으로 포함했다"며 "앞으로 많은 어르신이 쉽게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랩 곡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대학 의과대학 신경과 이호원 교수는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가볍게 춤을 추면서 말을 하듯 노래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노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랩이 많은 어르신에게 보급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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