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 '클럽 제로'

논리 갖춘 가스라이팅이 초래하는 파국
바시코브시카의 사이비 교주 같은 연기

영화
영화 '클럽 제로' 속 한 장면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영화 '클럽 제로'. 영국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이 먹는 음식을 통해 관객들은 그들이 속한 계급을 엿볼 수 있다.

풍요로운 아이들은 아버지가 해준 비건식,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초밥, 상주 요리사가 만든 디저트를 먹는다.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는 소년 벤은 불량식품을 입에 달고 산다.

이 학교에 신임 교사 노백(미아 바시코브스카 분)이 온 다음부터 학생들의 음식에 따른 계급의 지형도가 흔들린다. 노백이 영양 수업에서 '의식하며 먹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다.

다양한 이유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노백의 지도를 잘 따른다. 하지만 그가 두 번째 단계로 한 가지 음식만 먹기를 제안하자 일부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수업을 이탈한다. 끝까지 남은 아이들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노백을 맹신한다.

심지어 인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믿는다. 이때부터 음식에 따른 계급 차이는 사라진다. 아이들 모두가 공평하게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논리를 갖춘 가스라이팅이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지를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학생들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듯이 서서히 잘못된 신념을 굳혀간다.

피 한 방울, 폭력 한번 없이도 극이 전개될수록 기괴한 분위기는 강해진다. 특히 후반부에는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긴장감과 미스터리가 커진다. 결말은 관객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듯하다.

노백 역을 맡은 바시코브시카의 사이비 교주 같은 연기는 기이함을 배가한다. 보편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난해한 스토리 때문에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오는 24일 개봉.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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