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위기 속 기준금리 또 동결, 물가 관리·내수 진작이 과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2월 이후 여덟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출 부실 위험과 저성장 기조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가 더 절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금리 인하)으로 우리나라도 금리를 낮출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한은은 물가 및 금융 안정을 우선했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유지했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복합 경제 위기 속에 물가·경제성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계대출 등 상충적이며 복잡하게 얽힌 경제 요소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 선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을 예상한다. 경제성장을 생각하면, 통화 긴축 기조를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불안한 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은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전기 요금 억제와 유류세 인하를 통해 미뤄둔 인상 요인이 잠재해 있다. 이 때문에 올해도 물가 관리는 순탄치 않다.

고물가는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놓이게 된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건설 경기와 내수 시장은 얼어붙었다. 한은의 신중한 금리정책과 함께 정부의 안정적인 물가 관리가 필요하다. 대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 상승 요인을 분산시켜야 한다. 또 정부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진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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