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북한도 저출산에 신음 '1.38명'…남북한 모두 출산율 심각

◆북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출산율 크게 떨어져…70년대생 여성 1자녀만
◆평양 및 도시지역 여성 만혼 현상 두드러져…개인주의 대두, 주택 문제 심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이탈주민 통해 북한 가정 1천137명 조사한 결과

[그래픽] 북한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 북한 합계출산율 추이

북한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이 초저출산으로 국가의 존망까지 걱정하는 상황에서 북한도 저출산이 점점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더라도 인구구조 개선에는 큰 효과를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이주영 연구위원 등이 최근 펴낸 '북한 이탈주민을 통해 본 북한 출산율 하락 추세와 남북한 인구통합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2000~2019년 북한을 이탈한 주민 9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답자 1인당 친척·지인 5~20명의 결혼 및 출산 자료를 입수해 북한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1천1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북한 출산율 급격하게 떨어져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1.91명, 2000년대 1.59명, 2010년대 1.38명 순으로 떨어졌다. 참고로 유엔은 1990년대 2.17명, 2000년대 1.96명, 2010년대 1.85명으로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지역이 시지역 및 군지역보다 하락폭이 다소 컸다. 평양지역은 1990년대 1.84명, 2000년대 1.33명, 2010년대 1.02명으로 조사됐다. 시지역은 같은 기간 각각 1.81명, 1.51명, 1.36명으로 집계됐다. 군지역은 같은 기간 각각 1.98명, 1.70명, 1.49명으로 나타났다.

2010년 합계출산율이 1.38을 보인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결혼한 1970년대 및 80년대 태어난 여성들이 대부분 한 자녀만 낳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저소득국가(4.52명)에 비해 매우 낮고, 고소득국가(1.67명)나 중상소득국가(1.90명)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인당 소득이 비슷한 동남아시아 저소득국인 캄보디아(2.38명), 라오스(2.53명), 미얀마(2.17명) 보다 낮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북한은 저소득국가인데도 합계출산율이 낮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북한의 출산율이 떨어진 것은 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관련이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결혼적령기에 진입했던 70년대생 여성부터 출산력이 현저히 저하됐다. 39세 누적 출산율의 경우 60년대생 여성이 1.91명을 보였지만 70년대생 여성은 1.57로 크게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한 60년대생과 달리 70년대생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와 탁아소의 정상 운영이 중단되면서 출산력이 낮아졌다. 80년대생 여성은 34세 누적 출산율이 1.28명으로 70년대생 여성(1.46명)보다 소폭 낮아졌다.

보고서는 "70년대생 여성의 출산력 저하는 이후 자녀들의 학교 생활 및 군대 복무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대략 2000년대부터 학교의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가 감소했고, 2010년부터는 키가 작아도 군에 가는 등 군대 지원자격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북한도 저출생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당국이 출생률 감소를 막기 위해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은 새해 첫 체육의 날을 맞아 각지에서 대중 체육활동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도 저출생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당국이 출생률 감소를 막기 위해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은 새해 첫 체육의 날을 맞아 각지에서 대중 체육활동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평양 및 도시지역 만혼 현상 두드러져

평양 및 도시지역에서 여성의 만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9세 여성의 경우 결혼율이 60년대생 93.7%, 70년대생 92.2%, 80년대생 89.7%로 평양 및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29세 결혼율을 지역별로 나누면 평양의 60년대생 95.3%, 70년대생 92.9%, 80년대생 82.7%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시지역은 각각 90.6%, 89.9%, 86.1%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군지역은 각각 93.8%, 92.2%, 93.5%로 큰 변동이 없었다.

평양 및 시지역 여성이 독신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기 개발 등 개인 시간 확보를 위해 결혼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 평양은 주택 부족이 심각하다고 이탈주민들은 전했다. 또 많은 여성들이 시장활동에 종사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탓에 만혼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만혼화가 진행되면서 최초출산이 늦어지고, 최종출산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60년대생과 70년대생은 최초출산 연령 및 최종출산 연령이 각각 25세와 28세로 같았다.(중위연령기준) 반면 80년대생은 70년대생에 비해 최초출산 연령이 1세 높아지고(26세) 최종출산 연령이 1세 낮아졌다(27세). 이는 80년대생의 생애 출산기간이 70년대생에 비해 2년가량 축소됐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고난의 행군 이후 유통업 등에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 시기에 결혼적령기에 들어갔던 70년대생부터 출산력이 현저히 저하됐다"며 "여성들의 시장활동이 증가한 것은 식량배급제 붕괴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약화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남북통일에도 인구구조 개선 효과 미미

남북한이 동시에 저출산 문제로 신음하면서 통일이 되더라도 인구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한의 총인구 및 생산가능인구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2021~2030년 중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고난의 행군 이후 태어난 저출산 세대가 2021~2030년 중 15~64세에 본격 진입하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된다. 또한 2021~2030년 중 유소년 인구 및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면서 총인구도 0.2% 줄어든다. 이에 따라 북한도 고령화기 진전되고 있고, 2003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북한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로 전환되면 노동공급 감소, 생산성 하락 등 문제가 가시화된다. 노동공급의 질 저하 문제도 따라온다. 산업현장에 신규인력 공급 감소는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북한은 농림수산업, 광업 등 산업생산에서 노동집약도가 높아 노동인력 감소는 생산량의 즉각적인 감소를 초래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의 출산율 저하로 남북한이 통일되더라도 인구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31~2040년 중 통일이 되면 남북한의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연평균 -1.6%)이 남한의 감소폭(연평균 -1.7%)에 비해 소폭 축소된다고 예측했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비중은 남한이 29.8%이고, 통일된 남북한은 27.6%를 보여 2.2%포인트(p) 개선 효과를 보였다. 보고서는 "2030년 남북한 인구가 통합되더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극적으로 늦추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표본이 북중 접경 지역에 다소 치우친 점이 있다. 향후 추가 연구 시 내륙지역 주민, 고령층 주민 표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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