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예공화국] <10> 아직도 ‘유·강·규라인’ 웬 말? 예능 카르텔

정치도 계파 없애자는 판에 예능계에서 구태를
‘유느님’으로 추앙, 후배 개그맨 빈정대다 방송계에서 사라져
주요 방송국, 빅3 예능대부 의존에서 벗어난 새 프로 발굴해야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 기존 강자들이 아무리 잘 하더라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그 쪽 세계에서 신선함이 배가 될 뿐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예능계는 한 세대(30년)가 변해도 여전히 몇몇 강자들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예능계 빅3'라 일컬어지는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가 독보적으로 잘 하고 있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지만 새 예능대부가 등장할 때도 됐다. 지상파 방송제작국 PD들 책임이 없지 않다. 재미와 함께 시청률이 보장되는 빅3 MC를 벗어나 새로운 패턴의 예능 프로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빅3 예능대부의 맏형격인 이경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중 한 장면. 유·강 라인이 모두 아끼는 예능인 김종민이라는 자막이 이채롭기까지 하다.
빅3 예능대부의 맏형격인 이경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중 한 장면. 유·강 라인이 모두 아끼는 예능인 김종민이라는 자막이 이채롭기까지 하다.

◆2024년에도 "유·강·규 라인, 유느님이 웬 말?"

30년 동안 예능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탄자니아 서부와 케냐 남서부에 걸쳐있는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선시대 왕조에서도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집권한 왕은 드물다.

하지만 대한민국 예능계 빅3는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아직도 건재하다. 누구 하나 쉽게 도전장조차 못내밀 정도로 예능 권력을 틀어지고 있다.

빅3가 국민들과 잘 소통하며, 예능에서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계파 정치를 타파하자고 외치는 판에 현 시점에서도 '유라인이냐? 강라인이냐'를 개그 소재로 활용하고, 예능 프로에 출연한 인기 걸그룹 아이돌 멤버에게조차 "어느 라인이냐? 잘 생각해라"고 강요하는 장면은 아직도 예능계는 '그들만의 리그'임을 방증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유느님'이라는 말은 듣기도 거북하다. '유재석+하나님'의 줄임말이다. 국민MC로서 한결같이 성실하고 겸손하게 자기관리를 잘 하는 면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만 하지만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유재석에게 거슬리면 안된다'는 간접적인 압박이기도 하다. 실제 한 개그맨은 수년 전 방송 프로에서 '유재석이 뭐그리 대단하냐'는 식으로 빈정대다, 지금은 방송계에서 사라진 인물이 되었다.

빅3 예능대부 역시 자신들이 예능계 절대 권력임을 자각하고, 겉으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더 낮은 자세로 방송에 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 프로에서 조금 벗어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에도 조금 더 에너지를 쏟으면 어떨까?

한 스포츠 일간지가 정리한 유재석-강호동-이경규 라인의 특징. 출처-스포츠조선 홈페이지
한 스포츠 일간지가 정리한 유재석-강호동-이경규 라인의 특징. 출처-스포츠조선 홈페이지

◆'그들만의 리그', PD들도 상전 모시듯 해야

연말 연예대상도 이들의 전유물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에는 '유'가 받았으니, 올해는 '강'이 받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주요 방송국에서는 그만큼 이들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입지는 담당 PD나 제작국장을 능가한다. 영화계에서 톱스타 배우가 알아서 연기하는 것을 감독이 지켜봐야 하듯이, PD들은 예능 대부들의 능숙한 진행이나 애드리브를 제지하기도 쉽지 않는 현실이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빅3는 초짜 PD들을 농락하는 모습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실력과 내공으로 꽉 찬 빅3 예능대부를 인위적으로 몰아낼 수는 없다. 어쩌면 부작용(라인 형성, 기득권 카르텔 등)보다 긍정적 역할(멋진 진행으로 큰 웃음 선사)이 더 크기에 아직도 국민적인 사랑과 방송국의 사랑(출연 요청)을 온 몸으로 받으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자유경쟁 체제에서도 독과점을 규제한다. 하나의 기업이나 몇몇 회사가 시장 전체를 집어삼키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 연예 생태계 역시 몇몇 연예인에 의존하기보다 새 인물을 발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마땅하다.

방송국부터 이들의 영향력을 더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새로운 캐릭터의 스타 MC를 발굴해 시청률을 끌어올릴 콘텐츠 생산하는 등 방향성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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