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美 뉴욕 맨해튼의 베슬, 리틀 아일랜드

뒤집힌 바벨탑…16층 규모 대형 조형물 베슬, 폭 15m→46m '가분수' 형태
벌집·해골·휴지통, 후기 가득…현재는 안전 문제로 문 닫아

물 위의 공원, 리틀 아일랜드.나무가 심겨진 나팔관 형태 모양의 길이가 각각 다른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말뚝)으로 조성되었다.
물 위의 공원, 리틀 아일랜드.나무가 심겨진 나팔관 형태 모양의 길이가 각각 다른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말뚝)으로 조성되었다.

개항기 조선 1883년 (고종 20년), 최초의 미국 친선 사절단 보빙사(報聘使) 11인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을 거쳐서 드디어 신세계의 땅 뉴욕에 도착한다. 때마침 브루클린교가 5월 완공되었고 9월에 도착한 사절단은 두루마기와 갓을 쓰고 이 다리를 건너게 된다. 15년 공사 끝에 완공된 브루클린교는 당시 세계 최초의 현수교이자 가장 긴(1.8km) 다리였다. 미국 유학생으로 보스턴에 남은 유길준은 최초로 서양 문물을 소개하는 '서유견문'을 펴내며 조선 개혁에 앞장섰다.

140년이 지난 뉴욕 맨하튼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베슬과 리틀 아이랜드를 건축인문학속으로 들어가 본다.

내부 면적이 없이 계단으로만 구성된 16층 규모인 베슬.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어느 곳에서나 허드슨강 맨해튼 경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부 면적이 없이 계단으로만 구성된 16층 규모인 베슬.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어느 곳에서나 허드슨강 맨해튼 경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베슬(Vessel), 건물인가 전망대인가?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2019년 3월 새로운 랜드마크 건물이 맨해튼에 나타났다. 거대한 뱃머리가 맨해튼에 입성하는 듯, '베슬'이라는 말은 거대한 뱃머리를 뜻한다.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로 건설된 주변은 아파트, 쇼핑몰, 레스토랑, 사무실 등 다양한 목적의 8개 대형건물이 모여있는 곳이다. 베슬은 상업지구의 관문이자 초대장이다. 형태적으로는 대형 조형물이요, 기능적으로는 사람이 오르고 내리는 전망대인 듯, 로비도 사무실도 화장실도 없다.

내부 면적이 없이 계단으로만 구성된 16층 규모이다.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어느 곳에서나 허드슨강 맨해튼 경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건물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고 실내 계단실의 경험과는 다른 개방감이다. 타이타닉호의 뱃머리처럼 허드슨 강바람에 온몸을 맞길 수 있지만 겨울 비바람에는 보호받을 수 없을 듯하다.

내부 면적이 없이 계단으로만 구성된 16층 규모인 베슬.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베슬의 계단 내부 모습.
내부 면적이 없이 계단으로만 구성된 16층 규모인 베슬.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베슬의 계단 내부 모습.

건물의 연면적, 건폐율, 용적율로 나타내는 것을 '건축 개요'라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건축 개요'를 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16층 규모, 높이 45M, 50개 계단참, 계단 수 2,500개, 계단 총길이 1.6km,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라고 건물을 설명하게 된다. 철골구조를 둘러싼 번쩍이는 청동 마감은 이탈리아에서 제작하여 허드슨강으로 수송, 30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이 건축이 특히 눈길을 끄는 큰 이유는, 하부 폭 15m의 건축이 상승하면서 폭 46m로 까지 확장되는 가분수 형태이다. 거꾸로 쌓아 올린 바벨탑을 연상케도 한다.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싱가포르 난양공대도 위로 오르면서 점점 커지는 건축이다. 중력개념에서 일탈하는 듯 그동안 보아왔던 일상적 안정된 구조가 아니다. 언벌란스가 눈길을 끄는 것이 현대건축의 추세이며 특히 헤더윅의 작품은 더욱 그렇다.

건축가는 '베슬' 건축의 이미지를 고대 인도 지하 계단 우물 구조에서 생각한 것이라 말한다. 고대 인도 유적에서는 수십 미터 깊이에 이르는 지하 구조 우물 공간들이 존재한다. 좁고 어두운 우물이 아니라 마치 지상의 건축을 거꾸로 지하에 역전시킨 듯 압도적인 공간들이다.

특히 '찬드 바오리' 유적의 반복 형태 계단을 보면 고대 유적의 지하 계단을 맨해튼 도시 지상에 구현하고자 하는 교감에 공감하게 된다. 압도적 형태에 방문객들의 놀라운 반응과 함께 과다한 사치, 벌집, 해골, 휴지통을 연상시킨다는 생소함에 대한 후기들도 있다.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베슬.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베슬.

◆ 막혀버린 건축

사전 입장 등록과 1회 1,000명 인원 제한을 했지만 코로나 시기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예측불허의 사건이 발생한다.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리는 세 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2021년 1월 폐쇄됐다가 넉 달 만에 동반 출입 등의 조건으로 재개장했다. 그러나 2021년 7월 네 번째로 청소년이 뛰어내린 사건 후, 지금까지 폐쇄되었다.

위험 또는 자살로 인하여 건물을 폐쇄하는 사례는 없었다. 왜 이 건물에서 자살이 계속되었나? 죽음을 유혹하는 건축인가? 자살에 유리한 건축인가? 준공 직전에는 장애인법 규정 보완으로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리프터 설치로 준공을 연기했다고 한다. 생명 안전에 대한 보완은 가능할 것인가? 설계자는 자살 방지책 설계를 연구 중이라 한다. 기발하고 기존 디자인에 영향주지 않는 설계방법을 기대하게 된다.

베슬의 문제는 공공질서의 부재로부터 논의될 수 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현실적 문제에 이것은 건축시설의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허드슨 야드 개발업체는 지명 공모전을 거쳐서 첫 선을 보일 때까지 비공개로 해 혁신적이고 놀라운 건축 발표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즉 상업적 이벤트에 주력한 것이다. 사유의 재산으로 세워졌고 상업적 개발회사 오너와 건축 디자이너만으로 이루어진 비 공공성 과정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다. 까다로운 인허가 심의 과정 감리를 거치는 우리의 건축방식과는 이해가 다른 부분들이다.

물 위의 공원, 리틀 아일랜드.나무가 심겨진 나팔관 형태 모양의 길이가 각각 다른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말뚝)으로 조성되었다.
물 위의 공원, 리틀 아일랜드.나무가 심겨진 나팔관 형태 모양의 길이가 각각 다른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말뚝)으로 조성되었다.

◆물 위의 공원,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는 나무가 심겨진 나팔관 형태 모양의 길이가 각각 다른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말뚝)으로 조성되었다. 1만㎡ 정방형 크기의 작은 섬에는 다양한 주제공원과 문화시설이 건축 감성적 디테일로 설계된 새로운 풍경이다. 밀도 높은 도심 한복판 센트럴 파크처럼 작은 공원을 구상했고 움직이는 물결 같은 바닥 높낮이 발상은 물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의 생동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리틀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백만장자의 기부(2,600억원)와 패션 디자이너 아내의 제안으로 출발하여 베슬의 건축가 토머스 헤드윅이 설계하였다. 인공섬은 2017년에 시작하여 2021년 5월에 완료했어나 코로나로 1년 후에 개방되었다. 우울했던 시기에도 첫 해 100만 명이 방문, 베슬과 함께 맨해튼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허드슨 강변 이곳 첼시 연안은 유럽 이민자들의 관문이자 대서양 선박들의 정박부두였다. 1912년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부두의 화재, 비행기로의 운송 수단 변화로 부두는 폐쇄되었다. 연안에는 부두의 흔적인 나무말뚝들이 무리지어 남아있다. 헤드윅은 인공 섬 바닥을 수면 공간 위로 4~5m 띄워 올려서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남기고 수생 생태를 보존하는 설계를 하였다.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리틀아일랜드.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리틀아일랜드.

각각 높낮이 모양이 다른 콘크리트 나팔관은 화단 기능으로 수백 종의 다양한 식물들을 담고 있다. 높이의 차이와 다양한 변화는 야외공연장 스탠드와 조경언덕 산책로 계획으로 작은 섬의 크기를 확장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폐기되었던 강변 공간에 작은 숲이 있는 동산은 햇살과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그린 오아시스로 나타난 것이다.

공원에는 세 영역의 잔디 공간이 있고 두 곳의 공연 스테이지가 있다. 연극 음악 공연을 위한 700석 규모의 원형극장 'The Amph'가 있고 자유로운 버스커 밴드의 오픈 스테이지 'The Glade'가 있다. 도심 소음에서 벗어나고 허드슨강 노을이 배경이 되는 낭만적인 문화공간이다. 바로 근처에 휘트니 박물관, 베슬, 하이라인 산책길이 연결된다.

헤드윅의 여러 다양한 작업 중, 나팔 모양의 특이한 콘크리트 기둥을 디자인하여 적용하는 것이 그의 건축 시그니쳐로 나타난다. 그의 화단 시그니쳐를 처음 본 것은 상하이 강변 천 그루 나무라는 뜻의 천수천안(千樹天安)이다. 건물 외부와 상부에 독립된 기둥 콘크리트 나팔관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씩 심겨져 있다.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리틀아일랜드.
필자인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이 스케치한 리틀아일랜드.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

'토머스 헤더윅 스튜디오'는 건축 분야를 초월하여 도시계획, 제품디자인, 인테리어 등 혁신적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창작하는 통합조직이다. 뮤지컬 헤드윅과 동명인 디자이너 겸 건축가는 자신을 '소통가'라 불러주기를 원한다.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런던 뉴욕 상하이 싱가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작품마다 주목받는 것은 건축에 깃든 철학과 디자인 접근 방식, 창의적 재료에 관한 연구, 최첨단 기술 공법의 도입이다.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의 '씨앗의 빛', 구글의 신사옥 '베이뷰 캠퍼스', 런던의 빨간 이층 버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꽃잎 성화대 등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여름 문화역서울248에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전시회를 개최하였다. 한강 노들예술섬 프로젝트 지명설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서울에서도 그의 건축이 세워질지는 그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일이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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