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KDI "국민연금 2개로 분리"…연금 고갈 막아야

◆현 제도로 운영하면 2054년 연금 재정 고갈
◆완전 적립식 신연금 제안…구연금과 신연금 분리 운용
◆구연금에는 600조원 넘는 일반재정 투입

[그래픽] 한국개발연구원(KDI) 제안 신연금 제도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이강구·신승룡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새롭게 적립하는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으로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한국개발연구원(KDI) 제안 신연금 제도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이강구·신승룡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새롭게 적립하는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으로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국민연금 개혁은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소득대체율(40%)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9%)을 인상하든지, 소득대체율을 낮추든지 선택해야 한다.

그 중간에 다양한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세대 간 이해 충돌을 감안하면 뜨거운 감자를 함부로 손을 만지면 데기 십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1일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에서 아예 국민연금을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해서 운용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파격적이다.

신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구연금은 일반재정 609조원을 투입해 약속한 지급분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개혁 하지 않으면 '폭망'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됐다. 도입 초기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70%로 설정했고, 보험료는 소득의 3.0%만 부과했다. 태생적으로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셈이다. 이후 국민연금 재정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득대체율을 40%까지 인하했고, 보험료율은 9%까지 올렸다.

그럼에도 재정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로 계산하면 적립기금은 2023년 1천15조원(GDP의 44.75)에서 2039년 1천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다 2054년에 소진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금 소진 이후에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35% 안팎까지 인상해야 한다. 이는 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33%(이탈리아)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다. 앞 세대는 훨씬 낮은 보험료에도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반면 지금 젊은층은 보험료를 많이 내지만 연금은 적게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가량은 매달 받는 수급액이 4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급자는 계속 늘지만, 가입자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보험료 적정화 등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가량은 매달 받는 수급액이 4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급자는 계속 늘지만, 가입자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보험료 적정화 등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연금 기본 설계부터 문제

국민연금의 이 같은 문제는 연금의 기본 설계 구조에서 발생한다.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의 기대 운용 수익의 합보다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즉 기성세대에겐 낸 것에 비해 받을 것이 더 많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다 '부분적립식' 연금 운용 방식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운다. 이는 기금을 적립하되 지급할 연금액의 100%를 쌓는 게 아니라, 후세대가 부담할 것을 담보로 연금액의 일부만 적립하는 방식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인구구조하에선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결국 뒷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면서도 되돌려줄 것은 남지 않는 구조다.

즉 출산율이 낮아지면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어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진다. 기금 소진 후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청년층이 늘어난 노령층을 부양해야 한다. 이때는 출산율이 양호한 상황보다 기대수익비가 더 낮아진다.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완전적립식 신연금 도입

보고서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연금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이다.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에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되고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한다.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이러면 구연금의 적립 기금만으로 향후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해 미적립충당금(재정부족분)이 발생한다. 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이 보장한다. 신연금에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미래 세대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당장 개혁할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올해 기준 609조원(GDP의 26.9%)으로 추정됐다. 만약 개혁이 5년 후에 단행된다면 869조원(GDP의 38.4%)으로 불어난다.

보고서는 "재정부족분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며 "개혁을 지체시켜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연금개혁은 조기에 추진될수록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강구(오른쪽)-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의 연금 급여를 기금 고갈 우려 없이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완전 적립식의 '신 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이강구(오른쪽)-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의 연금 급여를 기금 고갈 우려 없이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완전 적립식의 '신 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연금 재정 항구적 안정

보고서는 신연금을 도입할 경우 연금 재정이 항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연금 보험료율은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올리기보다는 '9% → 12% → 15.5%' 등 단계적 인상이나 0.5%p씩 13년 동안 높이는 방안도 있다.

신연금 제도가 도입돼도 구연금 제도하에서 보험료를 납부해 온 기성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을 상회한다. 다만 구연금에 머물러 있던 기간이 짧아질수록 기대수익비는 2내외에서 1방향으로 수렴할 것으로 추산됐다.

즉 현재 60대인 이른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를 상회할 것이지만, 현재 50세인 1974년생의 기대수익비는 1.5내외로 하락한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2006년생 이후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신연금이 도입돼도 기존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이는 기존 설계에 따른 것이다. 다만 기성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을 젊은 세대가 져야 한다는 불안을 결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보고서는 신연금의 급여 산정 방식 전환도 주문했다.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위해 연령군(코호트)별로 납부한 보험료가 통합계좌에 적립·투자되는 'CCDC(Cohort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형'도 제안했다.

◆일반 재정 동원은 사실상 세금이나 국채

보고서는 우선 신연금이 기대수익비 1만 보장하면 '사적 보험'과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 "사회 전반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연금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여타 사적 보험의 수익률에 비해 높다고도 강조했다.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을 채우기 위해 일반재정을 동원하는 게 사실상 세금 또는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민 입장에선 보험료율 인상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을 낮춰 궁극적으로 미래세대 부담이겠지만, 세수 확보와 지출구조조정은 현재 세대에게도 일부 부담시키기 때문에 다르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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