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넘사벽 시스템 공천 개선을"…국힘 공관위 경선 설계 실패 비판 봇물

새 바람 불어넣을 신인들 대부분 경선 문턱 앞 좌절
당원투표 반영 비율·신인 가점 제도 손질 요구 이어져
지자체 부단체장도 가점 못 받아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여론조사업체의 각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여론조사업체의 각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대거 경선에서 승리하자 '시스템 공천'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치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신인이 국회로 진출할 수 있는 문턱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줄곧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며 당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온 현역 의원과 신인이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역에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대구경북 11개 선거구에서 진행된 경선결과를 발표했다. 8개 선거구에서 현역이 승리했고 2곳에서는 현역 의원이 포함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단 한 곳에서 현역이 대구광역시장 출신 도전자에 패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애초 현역 강세가 예견됐음에도 공관위가 경선 설계를 꼼꼼하게 하지 못 한 결론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관위는 경선규칙을 발표할 때 현역 감점에 방점을 찍으며 경선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현역 득표율이 독보적으로 높아 감점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대구와 경북을 비롯한 당의 강세지역에서는 '당원·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적용한 경선'은 처음부터 현역에게 유리한 룰이었다고 본다.

경선에 나섰던 한 정치 신인은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지역구 내 당원 장악력은 말 그대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며 "사실상 현역이 50m 앞에 서서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관위는 신인들을 위한 가점제도가 잘 준비돼 있으니 많은 분들의 도전을 기다린다고 했지만 정작 현역과 겨룰 만한 인사들은 '신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중앙 부처의 차관이나 지방정부 부단체장 출신의 경우 정계에 처음 발을 들여도 신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정치문화에서 신인에게 현역 의원처럼 4년 정도 지역구에 천착하며 총선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경선에서 이긴 현역들도 본인들의 첫 선거가 지금과 같은 구조였다면 등원 문턱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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