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자 대신 제자 편' 의대교수들 "25일부터 사직서 제출" 집단행동 현실화

18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와 의사들이 환자들을 생각해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와 의사들이 환자들을 생각해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데 이어 전북대와 서울대, 연세대 등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러시'가 이어짐에 따라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도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날 전망인데, '환자 대신 제자들을 선택했다'는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 '제자들 보호 없으면 오는 25일 교수들 사직서 러시'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북대 비대위)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교수 전체회의 결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의 결정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전국 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알린 바 있다.

전북대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교수들은 전공의 및 의대 재학생 등 제자들의 보호 대책이 없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방법이나 인원에 대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북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 등에 대한 특별한 보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전국 비대위 결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아마도 교수 각자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5일부터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병원은 전북대만이 아니다. 같은 날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도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재승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내일(19일)부터 사직서를 비대위에 제출해 다음 주 25일에 일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방 위원장은 "380명의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83명인 74.5%가 3월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에 동의했다. 사직서가 제출되더라도 (수리가) 완료되기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정상 진료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비대위 역시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가량 신촌과 강남·용인세브란스에서 임시전체교수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비대위는 운영 경과와 대처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보고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향후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25일 일괄 사직을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은 오는 19일 구체적인 의결 사항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 수술 급한 환자들은 어쩌나…'발 동동'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국면 속에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술 지연과 진료 취소 등 환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사직서 러시를 예고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이번 사태로 제자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며 '삭발 투혼 퍼포먼스'까지 하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불이익을 받지 말라고 가르치기 전에 의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에 대해 가르칠 수 없는지, 지금의 후배 의사들이 자랑스러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를 설치한 후 이달 15일까지 전체 상담 건수만 1천41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509건, 피해 사례 중에서는 수술 지연이 350건에 달했다.

실제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전립선암 말기 환자가 원인불명의 피부 질환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전공의 부재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호흡곤란을 겪는 1세 남아가 응급실로 이송되는 데 3시간가량 소요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 남아는 집에서 차로 11~19분 거리(4.8~15㎞)에 있는 병원을 찾으려고 했으나, 환자 수용을 거부당했고 결국 65㎞나 되는 거리를 달려야만 했다.

또 같은 달 23일에는 의식장애를 앓는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 10여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 또한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았다.

한편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천308명에게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전공의들은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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