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도 '창고형 약국' 들어서나? 지역 약사들 '긴장'

의약품 진열방식 슈퍼마켓처럼…수도권보다 규모는 훨씬 작아
지역 약사들 "복약지도 약화로 인한 약물 오남용 문제 우려"

경기도에 문을 열어 화제가 된 마트형 약국의 내부. 이화섭 기자.
경기도에 문을 열어 화제가 된 마트형 약국의 내부. 이화섭 기자.

경기도에 생긴 '창고형 약국'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가운데 대구에서도 이와 같은 약국이 생길 수 있을지 방향을 타진하는 사례가 속속 생기고 있다.

20일 대구지역 약사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새로 문을 여는 약국 중 하나가 기존 방식과 다르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국은 기존에 계산대 뒤에 의약품을 비치해놓고 약사에게 증상을 말하면 의약품을 꺼내주는 방식이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처럼 진열대에 각종 의약품을 비치해두고 손님이 가져오면 계산대에서 복약지도와 계산을 함께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다만, 약국의 규모는 경기도의 창고형 약국처럼 크지 않다. 두산동에 개설 준비중인 약국은 1층의 절반과 2층은 애완동물용품 매장이며, 그나마도 건물 면적 자체는 약 160㎡(약 50평) 수준이다.

화제의 중심인 경기도의 창고형 약국은 5층 건물 가운데 1층 약국 매장은 약 460㎡(140평) 규모이고 나머지 2~4층은 주차장으로 쓴다. 1층 매장에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일반적으로 약국에 파는 의약품 대부분을 취급한다.

창고형 약국의 대구 상륙 가능성을 두고 대구 지역 약사들은 긴장과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창고형 약국의 의약품 가격이 동네 약국과 비교해서 저렴하지도 않은데 구매의 편리성만을 내세워 손님을 끌고 있으며, 복약지도가 허술해질 수 있어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 또한 커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한 약사는 "의약품의 정확하지 않은 사용·복용 방법을 지도받지 못해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약국 운영과정에서 흔히 경험한다"며 "약사는 약국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의약품 소비를 돕기 위해서도 존재하는데 창고형 약국은 이러한 약사와 약국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영업형태"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약사회 또한 대한약사회와 함께 약국을 창고형 마트처럼 운영하는 형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대구시약사회 관계자는 "최근 개업을 준비중인 약국 중 창고형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알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대구시약사회 차원에서 창고형으로 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권영희 회장 이름으로 낸 입장문에서 "창고형 약국은 단순한 유통 혁신이 아닌 약국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며 "회원들과 함께 제도 개선 및 입법 활동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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