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누리 중앙대 교수 일침 "의료 파업, 파탄난 엘리트 교육의 민낯"

“獨, 다른 의사는 동료라 생각 한국은 경쟁자나 적으로 표현"
"‘전교 1등’ 운운하며 증원 반대 미성숙한 집단의 상징적 사건”

21일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 2024학년도 의과대 합격 현황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1일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 2024학년도 의과대 합격 현황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사 증원 조치에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 독일 전문가인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어독문)가 선진국 독일 사례와 비교하며 우리나라 의사들의 행태를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라면서 강력 성토했다.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를 통해서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상황과 독일 의료계를 직접 비교했다. 2022년 기준 한의사를 제외한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데 OECD 기준으로 우리보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2배 이상 많은 독일(4.4명)을 비교 대상에 올린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독일 정부가 전체 의대 정원의 50%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 독일 의사협회는 "'정부의 정책은 너무도 타당하다. 지금 의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과로사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도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니 의사 수를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썼다.

김 교수는 독일에서 의사 증원이 아무런 불협화음 없이 가능했던 이유와 관련, "독일은 의사가 다른 의사를 보호하고 연대해야 할 동료라고 생각한 반면, 한국 의사는 다른 의사를 '경쟁자', 심지어는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1년에 400명 씩, 10년간 4천명을 늘린다고 발표했을 때 한 의사 단체가 이에 반발하며 발표한 홍보물도 소환했다. 이 홍보물에는 당신들은 어떤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습니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만 전념한 의사인가요, 아니면 실력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에 의해 공공병원 의사가 된 의사인가요.

그는 "'전교1등' 운운하며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홍보물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교육이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의료 파업을 일삼는 의사들은 한국 엘리트들의 민낯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보편적 정의의 편에 서기는커녕 집단적 이기주의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무책임한 엘리트가 지배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일갈했다. 국가가 나서 이번 기회에 이러한 비정상적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결국에는 실패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 교육이 길러낸 '전교 1등'들이 거의 예외 없이 미성숙하고 오만한 엘리트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사활을 건 경쟁 교육'의 필연적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경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쟁 사회의 토대인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능력주의 교육에서 '존엄주의 교육'으로, 성장을 위한 교육에서 '성숙을 위한 교육'으로, 경쟁 교육에서 '연대 교육'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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