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란만장'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보여준 '희망 농구'

얇은 선수층, 외인 부상 이탈로 초반 고전
끈끈해진 조직력 바탕으로 점차 상승세
전력 열세 속에서도 한때 6강 싸움 벌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단이 지난 26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KBL 홈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단이 지난 26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KBL 홈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험난한 길이었으나 잘 버텨냈다. 부족한 자원으로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여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프로농구(KBL) 2023-2024시즌을 치른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아쉬움을 딛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헝클어진 계획, 힘들었던 시즌 초반

가스공사는 이번 시즌 단 한 경기만 남겨뒀다. 31일 정규 시즌 우승팀 원주 DB 프로미와 치르는 원정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재 시즌 전적 21승 32패로 7위 자리를 확정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6위에 오르진 못했다.

KBL 경기 패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 KBL 제공
KBL 경기 패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 KBL 제공

'봄 농구'라고도 불리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으나 예상보다는 훨씬 잘했다. 애초 가스공사가 이만큼 하리라 보는 이들도 적었다. 시즌 개막 무렵엔 10승만 해도 잘 하는 거란 말이 돌았고, 최하위는 맡아 놓은 당상이란 얘기도 많았다. 전력 자체가 약해서였다.

가스공사는 시즌 초반 삐걱거렸다. 팀 전력의 핵이 빠져 선수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이대성은 일본 B리그, 정효근은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로 떠나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지만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팀에 비해 수준급 선수가 너무 적었다.

조직력도 좋지 않았다. 시즌 개막 직전 '1옵션'인 외국인 선수 아이재아 힉스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힉스를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고, 개막 후 가스공사는 선수 간 손발이 잘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끈끈해진 조직력, 한때 6강 싸움까지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외국인 선수 앤드류 니콜슨(왼쪽)과 듀반 맥스웰.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외국인 선수 앤드류 니콜슨(왼쪽)과 듀반 맥스웰. KBL 제공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달라졌다. '초보' 사령탑인 강혁 감독대행은 가스공사와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고려해 다양한 전술을 펼쳤다. 힉스 대신 두 시즌 만에 돌아온 앤드류 니콜슨은 공격을 이끌고, 새로 합류한 듀반 맥스웰은 좋은 수비력과 활동량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즌 초반과 달리 상대가 껄끄러워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상무에서 전역한 김낙현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뛸 순 없었으나 고비 때 제 몫을 해줬다. 빠르게 성장한 신승민은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 자리를 오갔고, 시야가 넓어진 샘조세프 벨란겔은 주전 가드로 올라섰다. 차바위, 박지훈, 박봉진 등 베테랑들도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KBL 경기 도중 득점 성공 후 함께 환호하는 모습.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KBL 경기 도중 득점 성공 후 함께 환호하는 모습. KBL 제공

후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한때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바라봤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끈끈한 농구를 펼친 강혁 감독대행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됐다. 전반기 부진과 전력 열세 탓에 플레이오프엔 나서지 못하게 됐으나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26일 대구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경기에서 가스공사는 82대78로 이겼다. 상대 전적에서 지난 시즌 6연패, 이번 시즌에도 5연패로 밀리던 천적을 맞아 연패를 끊어냈다. 홈 최종전이라 이날 승리는 더욱 뜻깊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었다.

◆강 감독, "팬 성원 감사, 더 강해질 것"

지난 26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KBL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홈 최종전을 찾아 응원하는 대구 홈 팬들 모습. KBL 제공
지난 26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KBL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홈 최종전을 찾아 응원하는 대구 홈 팬들 모습. KBL 제공

경기를 치르면서 가스공사는 조금씩 더 강해졌다. 신인 신주영은 경험이 적어 경기에 잘 녹아들지 못했으나 시즌 막바지엔 공수에서 동료들과 손발을 잘 맞췄다. 선수층이 얇았던 탓이기도 했으나 그 덕분에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뛸 기회가 받아 경험을 쌓았다.

강 감독은 "내가 '초짜' 감독이어서 많이 부족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 잠시나마 6강 싸움을 해볼 수 있었다. 나도 많이 배운 시즌"이라며 "애초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다"고 했다.

강혁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감독. KBL 제공
강혁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감독. KBL 제공

가스공사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드는 농구로 눈길을 끌었다. 강혁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주눅이 들 법한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고 쓸 만한 자원으로 잘 다듬어냈다. 다음 시즌 가스공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강 감독은 "특히 팬들의 격려와 관심, 응원 덕분에 우리가 좀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성적을 떠나 꾸준히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 대구 홈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잘 준비해 다음 시즌에는 꼭 봄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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